[STN스포츠=이원희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긴 기다림 끝에 외국인 투수 고민을 한시름 덜었다.
제이크 브리검은 넥센이 1선발로 기대했던 션 오설리반을 떠나보내면서 대체 선수로 영입됐다. 평균자책점 15.75로 끔찍했던 오설리반을 비롯해 앤디 밴헤켄의 갑작스러운 부진, 대니 돈의 의욕 상실까지 맞물리면서 넥센의 외국인 선수 기대치가 낮아진 것은 사실. 하지만 브리검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한국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많은 경기를 치른 것은 아니지만 초반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브리검은 3경기 만에 KBO리그 첫 승리를 따냈다. 그는 지난 30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고,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활약해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탈삼진은 5개를 솎아냈다. 장정석 넥센 감독도 브리검을 승리의 수훈갑으로 치켜세웠다.
브리검은 2015년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 시즌 12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8.64에 그쳤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9시즌 동안 210경기(152경기 선발등판)에서 45승58패 평균자책점 4.27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아시아 야구도 경험했다. 라쿠텐 이글스 소속으로 11경기(4경기 선발등판)에 출전했고, 3패 평균자책점 5.24를 올렸다.
브리검은 선발보다 불펜에서 더 많이 뛰었던 선수다. 그래서 외국인 선발이 당장 급했던 넥센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물음표가 달렸다. 데뷔전도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지면서 그 궁금증이 증폭됐다. 사실 초반 2경기 활약이 뛰어났던 것도 아니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18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투구수 81개 중 볼이 41개일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24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제구에 집중한 나머지 예상 가능한 공만 던지다 6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그러나 브리검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 더 나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다.
브리검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리그를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타자들도 많다. (일본에서 부진했지만) 야구 선수로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덕분에 각각의 리그에 맞춰서 적응하는 법을 배웠고 좋아지고 있다”면서 “지난 2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컨디션이 나빠 좋지 않은 모습만 보였다. 하지만 그 두 경기로 적응 단계를 거쳤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실수라도 하면 한국 타자들은 곧바로 반응한다. 때문에 내 장점대로 공을 던지려고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브리검은 성격이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넥센이라는 팀 색깔에 벌써 녹아들었고, 처음 지내는 한국 생활도 금방 적응했다. 브리검은 “넥센은 정말 좋은 팀이다. 시즌 중반에 왔지만 동료들이 나를 잘 받아주고 반겨줬다”면서 “현재 목동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무 좋은 동네인 것 같다. 한국에서의 음식과 문화도 좋아한다”고 만족했다.
다만, 가족이 그립다는 브리검. 그는 부인과 슬하에 큰 딸과 작은 아들을 두고 있다. 다행히 오는 7월이면 브리검의 가족들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브리검은 “가족이 보고 싶다. 빨리 한국 생활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노력형 외인 투수 브리검의 진화는 계속된다. 선발 적응 훈련을 완벽하게 마치는 것이 우선 목표다. 브리검은 “미국에서는 투구수가 60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뒤로 넥센에서 투구수를 80개, 또 90개로 차근차근 늘려주고 있다. 팀에 감사하다”면서 “투수로서 더 낮고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대 타자들로부터 땅볼을 유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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