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보미 기자] 대한항공이 눈앞에서 우승컵을 내줬다. 순식간에 코트 위는 눈물바다가 됐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의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5차전 혈투 끝에 2승 3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일 5차전 4세트 막판 가스파리니의 공격이 가로막히자 현대캐피탈은 환호의 눈물을 터뜨렸다. 대한항공은 진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주장 한선수부터 가스파리니, 최석기, 정지석 등 모두가 털썩 주저앉았다. ‘냉정’을 외치던 한선수마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코칭스태프들까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후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했고, 나중에는 가스파리니와 한선수 딸들이 선수들 곁을 지키기도 했다.
모두가 펑펑 눈물을 쏟아낸 뒤 코트를 빠져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항공은 리그 출범 이래 단 한 번의 챔피언 우승을 거둔 바가 없다. 올 시즌이 기회였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가스파리니를 지명했고, 세터 한선수와 레프트 김학민이 환상의 호흡으로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절호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에 대한항공의 우세가 점쳐지기도 했다.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도 대한항공이 4승 2패로 앞섰다.
1, 3차전을 승리로 챙긴 대한항공이 4차전 0-3 패배 이후 중요한 5차전에서 일격을 당했다. 블로킹으로 상대를 압도하던 대한항공이었지만 리베로 여오현이 버티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경기 이후 박기원 감독은 “현대캐피탈 우승을 축하한다. 상대 수비 능력은 기적과도 같았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굉장히 잘 해줬다. 덕분에 감독 생활하면서 가장 즐겼던 시즌이었다”며 한 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부푼 우승의 꿈이 좌절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거둔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챔피언 노래 잊지 말자”며 경기 후 코트 위 울려퍼지는 ‘We Are The Champion’ 얘기를 꺼낸 바 있다.
대한항공 역시 어제의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아쉬움의 눈물을 감격의 눈물로 바꾸기 위한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