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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한국의 직선 축구, 예측 가능한 실패

자취 감춘 한국의 직선 축구, 예측 가능한 실패

  • 기자명 이종현 인턴기자
  • 입력 2016.09.07 01:09
  • 수정 2016.09.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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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STN스포츠=이종현 인턴기자] 전반은 0-0으로 끝났다. 그래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직 후반 45분이 남았다. 하지만 후반이 되자 시리아는 본심을 드러냈다. 승점 3점보다 승점 1점을 얻길 원했다. 볼과 상관없이 선수들이 넘어졌고, 골키퍼 알메흐는 수차례 넘어지면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

시리아 선수들이 이러한 플레이를 하게끔 한 건 명백히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실책이다. 고온다습한 기후 좋지 않은 잔디 상태, 밀집수비와 침대축구까지. 모두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한국은 이런 시리아를 막기 위해 세트피스 훈련과 침투패스에 이은 직선적 축구를 연마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에서는 한국의 직선적 축구는 자취를 감췄다.

▲ 시리아의 전진, 사라진 구심점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시리아는 패기가 넘쳤다. 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지도 않았고 수비만 하지도 않았다.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하프라인 윗선부터 공격수로 나온 라파트 모타디와 알 후세인 그리고 측면의 알 마와즈와 칼파, 네 명의 선수가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풀백과 센터백까지 한국 공격수가 볼을 받으려 내려오면 끝까지 쫓아와 밀어내는 수비를 했다. 조직적이고 단위적인 압박보단 대인마크에 가까운 수비 형태였다.

시리아의 압박에 한국은 당황했고 전방에 볼을 배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중원에서 볼을 순환하며 공격 작업의 시작이 되어야 할 기성용(27, 스완지시티)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점도 문제가 됐다. 기성용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일조하면서 병역혜택을 받았고 지난 6월 13일부터 7월 8일까지 4주간 기초 군사 훈련을 받았다.

통상 프리시즌은 몸을 만들어 새 시즌을 더 나은 상태로 나서기 위해 중요한 시기다. 그렇지만 기성용은 한 달간 군사훈련을 받으며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지난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때때로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였으나, 후반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수 밸런스 유지를 실패했다.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이 중국에 공세를 허용한 이유다.

시리아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중원에서 정확한 패스 공급을 해줬어야 하는 기성용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톱니 바퀴처럼 굴러가야 할 한국의 패스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공격진에도 전해졌다. 세밀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면서 시리아의 두터운 중원 수비를 뚫는 데도 실패했다. 이로 인해 볼이 후방에서 무의미하게 도는 시간이 많았다.

▲ 추진력을 주지 못한 대체자원과 구성

지난 중국전과 비교해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은 선발라인업에서 4명의 선수 변화를 줬다. 부상으로 빠진 홍정호(27, 장쑤)를 대신해 김영권(26, 광저우)를 투입하면서 오른쪽 측면에 섰던 장현수(25, 광저우R&F)가 중앙 수비수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는 이용(30, 상주)이 대체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현재 가장 고민이 많은 포지션은 풀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에 오재석(26, 감바)과 함께 전문 풀백을 기용하면서 측면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려 했다.

그러나 오재석은 날쌘 오버래핑 능력이 부족했다. 수비적으로도 완벽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알 마와즈의 역습을 의도적으로 끊으면서 아찔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오히려 경고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리그에서는 펄펄 날던 이용마저도 후반 9분 결정적인 크로스 한 차례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 중반 이후론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였다.

직선적 축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선수들의 기용 시점과 구성도 아쉬웠다. 당초 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에는 기성용, 구자철, 권창훈 등 직선적 플레이를 살려줄 선수가 많다”며 직선적 축구가 시리아를 상대할 화두임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기성용은 컨디션 문제로 제 역할을 못했고, 권창훈(22, 수원삼성)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나마 한국의 직선적 공격이 살아난 것은 후반 중반 황희찬(20, 잘츠부르크)이 투입되면서부터다. 황희찬은 스피드가 있고 볼을 지탱할 수 있어 1인 체제로 역습을 나설 수 있는 선수다. 황희찬이 들어가면서 기성용과 구자철(27, 아우크스부르크)의 전진패스가 살아났다. 짧지만 존재감을 보였고, 향후 대표팀에서의 전망을 밝게 했다.

반면 권창훈의 늦은 투입은 아쉬웠다. 후반 30분 투입된 권창훈은 이미 지친 동료 선수들과 경기 종료가 임박한 시리아 선수들의 필사적인 수비를 벗겨내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 [사진=뉴시스]

▲ 깨지 못한 한국, 교훈이 됐을 경기

시리아의 수비는 인상적이었다. 4-2-3-1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수비 상황에선 최전방의 모타디와 후세인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두 줄 수비를 촘촘히 구성했다. 한국 공격수의 특징인 후방 빌드업 습관을 알고 하프라인까지 끈질기게 쫓아가 돌아서는 움직임을 방해했다. 90분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전반을 잘 막아낸 시리아는 후반이 갈수록 극단적인 침대축구를 구사했다. 볼과 상관없는 위치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면서 시간을 끊고 불리했던 흐름을 상쇄했다. 시리아의 수비축구 의지는 추가시간까지 이어졌다. 

시리아의 침대축구를 비판할만하지만, 반대로 일찍 득점을 올리지 못한 한국 대표팀의 문제도 있다. 황희찬은 “득점했더라면 우리가 더 쉽게 경기를 하고 상대를 누눌 수 있었다”고 말했고 슈틸리케 감독 역시 “침대축구로 힘들었지만 득점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도 있다”며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한국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항해를 이제 막 시작했다. 대표팀은 지난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이란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앞으로 시리아와 홈 2차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상대적 약팀과 경기가 남았다. 이번 시리아전에서 대표팀은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야 한다. 조 1위를 다툴 이란과의 일전 전까지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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