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상완 기자] 11일 FA컵 32강전이 열린 안양종합운동장.
‘Forca Jairo, Estamos orando polo seu pai’.
경기장 본부석 좌측 FC안양 서포터즈석에 걸린 커다란 걸게 한 개가 눈길을 끌었다. 팀의 상징색인 보라색 바탕에 흰 글씨로 크게 쓰여 있었다.
‘자이로 힘내, 우리는 너의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브라질 공격수 자이로(27)를 향한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였다. 자이로의 아버지는 최근 일상생활 도중 심장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쓰러졌다. 매우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구단은 지난달 30일(토) 강원FC와 리그 경기를 마친 뒤, 이 소식을 자이로에게 전했다. 소식을 듣고 자이로는 깜짝 놀랐다. 평소 아버지의 심장이 좋지는 않았지만 쓰러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줄은 몰랐다.
자이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돌아가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직접 보고 싶었다. 가족애가 강한 남미 선수들이라면 당장에라도 돌아갔을 터이다. 하지만 자이로는 브라질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구단에 표를 끊어달라는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단 코칭스태프가 “괜찮으니 다녀와라”고 권했지만, 자이로는 완강히 거절했다.
아버지의 병세가 금세 회복할 거라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도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고 한국에서 네 꿈을 위해 뛰어라”고 아들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어머니의 말에 자이로는 심적인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선수단과 함께 훈련과 리그에만 집중했다.
자이로의 성실한 모습에 선수단은 감동을 받았다. 코칭스태프와 주장인 안성빈이 주축이 돼 “골을 넣으면 자이로를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적은 타월 세레모니를 하자”고 한 마음 한 뜻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5일 대전 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감동의 세레모니가 펼쳐졌다. 전반 28분 김영도가 골을 넣은 것. 김영도는 골을 넣고 자이로를 위로하는 문구가 쓰인 타월을 펼쳐보였다. 타월 세레모니와 함께 자이로를 뜨겁게 안아줬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됐다.
자이로를 향한 위로의 응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전 경기 이후 자이로의 아버지 소식이 서포터즈에게도 전달됐다. 소식을 접한 서포터즈는 조금이나마 자이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싶었다. 서포터즈는 부산 아이파크(8일)와의 원정 경기 하루 전에 삼삼오오 모여 걸게를 제작했다.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무척 컸다. 자이로 역시 걸개를 경기장에서 두 눈으로 확인했다. 걸게를 본 자이로는 큰 감동을 느꼈다. 자이로는 “무척 감사하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며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서포터즈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구단 관계자는 “자이로의 아버지는 심장에 무리가 가는 활동을 해 쓰러진 것으로, 조만간 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브라질 3부리그에서 프로 데뷔한 자이로는 포르투갈 무대를 거쳐 올 시즌 안양에 입단했다. 현재 8경기 출장해 1도움을 기록 중이다.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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