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바람 잘 날 없는 남자 농구, 이대로 열기는 다시 사그러드나

바람 잘 날 없는 남자 농구, 이대로 열기는 다시 사그러드나

  • 기자명 이진주 기자
  • 입력 2015.04.03 04:47
  • 수정 2015.04.03 04:5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뉴시스]

[STN=이진주 기자] 농구의 계절이 가고 있다. 이제 최후의 결전인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도 7경기 중 3경기나 치러졌다. 어떻게 누가 우승을 차지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이제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2014~2015 KCC 프로농구는 막을 내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농구판에는 큰 호재가 있었다. 바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과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각각 이란과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는 12년만의, 여자는 20년만의 영광이었다.

특히 이란과 격돌한 남자농구 결승전 시청률은 흔히 말하는 ‘대박’이 났다. 경기 전체의 평균 시청률이 11.3%(TNmS 집계)를 기록했고, 대한민국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던 경기 종료 시점에는 시청률이 18.5%까지 치솟았다. 국민들의 관심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때문에 시즌 개막 전, 농구계 안팎에서는 주춤했던 농구 열기가 다시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 맴돌았다. 리그 흥행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연일 흘러나왔다. 통산 2,0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그 중 하나였다.

2014~2015시즌 개막 전까지 프로농구 출범 후 통산 누적 관중수는 1,879만 7,476명이었다. 바로 전 시즌인 2013~2014시즌 정규리그 총 관중수가 118만 450명이었기에 올 시즌 2,000만 관중 돌파는 무난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정규리그 관중수(올스타전 포함)가 지난 시즌에 비해 11.6%나 감소한 104만 3,505명에 머물렀다. 때문에 플레이오프 18경기와 챔피언결정전 3경기 관중수를 더해도 1,994만 7,013명에 그쳐 2,000만 관중 돌파는 사실상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KBL(프로농구연맹)은 무료 관중이 줄면서 유료 관중의 비율이 늘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10% 이상 관객수가 급감한 것은 분명 충격적인 일이었다. 더군다나 흥행을 점쳤던 시즌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예상 밖의 흥행 부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이해하기 힘든 심판 판정으로 인해 이른바 ‘오심 논란’이 여러 차례 되풀이됐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데이본 제퍼슨의 ‘골망 블록슛’ 사건이었다.

▲ [사진=중계방송 캡쳐]

지난 22일 창원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에서 제퍼슨은 2쿼터 종료 36초전 코트니 심스의 슛을 불록슛했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니었다. 분명 규칙을 어긴 ‘파울’이었다. 공중에서 버티기 위해 왼손으로 골망을 잡고 오른손으로 슛을 쳐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3명의 심판 중 그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경기는 그대로 흘러갔고,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KBL은 부랴부랴 재정위원회를 열어 제퍼슨과 해당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했다. 웃지 못 할 촌극이었다. 

또 20점 차 이상의 싱거운 경기가 많았다는 점도 흥행을 가로막은 악재 중 하나였다. 무려 37경기나 됐다. 이는 정규리그 전체 경기수의 13.7%에 해당하는 수치다. 10경기 중 한 경기는 ‘박진감 제로’의 뻔한 경기였다.

특히 정규리그 막바지에는 프로답지 못한 졸전이 속출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빡빡한 일정에 지친 선수들은 급격히 저하된 체력으로 인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치며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그러나 정규리그 종료 후 펼쳐진 플레이오프에서 드라마틱한 명승부가 계속 되면서 꺼져가던 농구 열기는 다시 되살아났다. 시청률이 올랐고, 관중수도 많아졌다. ‘반란의 주역’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동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지난 3월 23일 인천삼산체육관에는 7,70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는 올 시즌 전자랜드 홈경기 평일 최다 관중 기록이었다.

돌풍의 전자랜드와 저력의 LG가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모비스와 동부의 챔프전 역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월 29일 두 팀의 챔프전 1차전에 열린 울산동천체육관에는 6,62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체육관 정원이 5,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고 할 수 있었다. 열기는 후끈하다 못해 뜨거웠다.

하지만 이틀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은 1차전과 사뭇 달랐다. 체육관을 가득 채웠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1차전의 절반도 되지 않는 3,028명이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KBL은 지상파 방송 중계를 위해 오후 7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경기 시간을 5시로 두 시간 앞당겼다.

그러나 화요일은 평일, 평일 오후 5시에 시간을 내 농구장을 찾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직장인은 물론 학생도 사정이 여의치 않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예매표 환불이 속출했고, 관중수는 급감했다. 2차전 관중수 3,028명은 올 시즌 모비스 홈경기 최저관중 기록이기도 했다. 챔프전에서 최저관중 기록이라니, 굴욕이 따로 없었다.

1,2차전을 울산에서 치른 모비스와 동부는 원주로 이동해 2일 3차전을 치렀다. 그런데 3차전에서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황당한 장면이 나왔다. 경기 도중 기록원이 자리를 뜨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된 것이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 [사진=KBL]

사건은 3쿼터에 발생했다. 3쿼터 종료 3분전 유재학 감독의 항의에 한 기록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외투를 챙겨 경기장을 나가버렸다. 결국 경기는 그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약 5분간 중단됐다 다시 재개됐다.

경기가 끝난 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부터 4강까지는 작전타임을 요청할 시 실점을 하게 되면 작전타임을 달라는 요청이 가능했다. 그런데 오늘 기록 파트에서 우리 매니저에게 그런 규정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동부 벤치에서는 오늘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대로 하더라. 그래서 따졌다”고 말했다.

기록원의 돌출 행동은 분명 개인의 잘못이다. 아무리 화가 난다 한들 공적인 자리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하지만 사건의 빌미가 된 유재학 감독의 항의는 규정 적용에 대한 KBL의 애매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올 시즌 경기 규칙 제 18조 2항에는 작전타임의 규칙이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작전타임 요청 기회는 크게 네 가지 상황에서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중 “상대가 득점하면 득점을 당한 팀, 즉 실점한 팀에 작전타임의 기회가 시작된다”가 있다.

그런데 감독들은 정규리그부터 기회를 얻기 전 미리 작전타임을 신청하곤 했다. 효과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나름의 꼼수였다. 받아주는 감독관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감독관도 있었으나 어쨌든 관행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관행은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낳았다.

KBL은 올 시즌 무능한 행정 능력으로 이미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적절한 후속 조치나 해명은 좀처럼 내놓지 않았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번에도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렇게 시즌이 끝날 경우, 다음 시즌 전망이 더 암담해진다는 데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에는 정규리그 100만 관중 돌파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시간은 많지 않다. KBL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촉구해본다.

aslan@onstn.com

저작권자 © ST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단영역

매체정보

  • (주)STN미디어(방송국) :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 419-2 부평테크노타워 8층
  • 대표전화 : 1599-1242
  • 팩스 : 070-7469-0707
  • 법인명 : (주)에스티엔미디어
  • 채널번호 : 지니 TV(131번) LG 유플러스 TV(125번) 딜라이브(236번)
  • 대표이사 : 이강영
  • 보도본부장 : 유정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완
  • (주)STN뉴스(신문사) : (0723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68길 23 (정원빌딩) 10층
  • 대표전화 : 02-761-2001
  • 팩스 : 02-761-2009
  • 법인명 : (주)에스티엔뉴스
  • 제호 : STN 뉴스
  • 등록번호 : 인천 아 01645
  • 등록일 : 2009-09-04
  • 발행일 : 2009-09-04
  • 대표이사 : 유정우
  • 발행·편집인 : 유정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완
  • Copyright © 2024 STN 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ports@stnsports.co.kr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