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이진주 기자] 앞문은 굳건했지만 뒷문이 불안했다. 시즌 개막 후 벌써 마무리가 네 번이나 바뀌었다. 뫼비우스의 띠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다.
개막 후 세 달이 흐른 지금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 삼성, ‘신흥강호’ NC와 치열하게 선두권에서 왕좌를 다투고 있다. 1위 삼성부터 3위 두산까지의 승차가 불과 1경기, 하루 사이에 순위가 바뀌는 일이 다반사다.
6월, 두산은 NC와 함께 리그에서 비교적 가장 안정적인 투타 밸런스를 뽐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됐고, 노히트 투수 유네스키 마야는 부진 끝에 짐을 쌌다. 외국인 투수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두산 선발진은 굳건했다. 좌완 투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리그 에이스급 투수들인 유희관(5승/평균자책점 2.04)과 장원준(2승 3패/평균자책점 2.64)은 물론 허준혁(2승/평균자책점 0.47)까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선전했다. 진야곱(1승 2패/평균자책점 6.86)도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탰다.
또 타선은 꾸준한 득점 지원을 통해 선발투수들을 도왔다. 기나긴 부진에 빠져 있던 주장 오재원(6월 타율 0.389)과 맏형 홍성흔(6월 타율 0.277)이 살아나자 전체적으로 타선이 더 좋아졌다. 경기당 평균 약 5.7점을 냈다. 승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점수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승수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23경기에서 12승 11패에 그쳤다. 치고 나갈 수 있을 때 번번이 패하며 발목을 잡혔다.
불안한 뒷문 때문이었다. 셋업맨으로 전환한 윤명준으로부터 마무리 보직을 이어받은 노경은마저 무너졌다. 5월까지 13경기에서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노경은은 6월 한 달 동안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다. 세이브(2개)보다 블론 세이브(3개)가 더 많았다.
결국 마무리가 또 바뀌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1일부터 이현승-오현택 ‘더블 스토퍼’ 체제를 가동했다. 우완 사이드암 오현택이 먼저 나오면 좌완 이현승이 뒤를 막고, 이현승이 먼저 나오면 오현택이 경기를 마무리한다. 벌써 4번째 변화(윤명준-집단 마무리-윤명준-노경은-더블 스토퍼)다.
두산은 앞으로 휴식기(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LG-넥센-한화-롯데-kt를 차례로 만난다. 중위권 2팀과 하위권 3팀, 롯데(3승 3패)를 제외하곤 모두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앞서 있다. 특히 kt를 상대로는 7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승수를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관건은 역시 뒷문이다. 과연 ‘더블 스토퍼’ 체제는 두산의 마무리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