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원희 기자] 시즌 초반 SK 와이번스에 닥쳤던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고 있다.
SK는 외국인 타자 ‘덕’을 많이 보지 못하는 팀이었다. 지난 2014년 루크 스캇부터 앤드류 브라운, 헥터 고메즈 등 메이저리그 경력이 굵직굵직한 선수를 영입하고도 실패만 경험했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출루 머신’ 대니 워스가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타율 0.111(9타수 1안타)로 일찍이 짐을 쌌다.
SK는 부랴부랴 대체 선수를 물색했고 총액 45만달러를 주고 제이미 로맥을 영입했다. 로맥은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다. 트리플A에서 2015년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11홈런 25타점을 때려냈다.
로맥은 SK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로맥은 16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타율 0.268(56타수15안타)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시즌 초반 부진을 만회하고 타격감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로맥은 초반 5경기만 해도 타율 0.200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홈런이 많이 터지고 있다. 로맥은 벌써 홈런 7개를 쏘아 올렸다. 홈런 부문 리그 공동 15위 팀 내 5위 기록. 로맥이 늦게 도착해 홈런 개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 속도는 리그 1위 최정(SK, 15개)을 능가한다. 최정은 평균 1경기당 0.34개씩, 로맥은 0.43개씩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로맥이 들어오면서 SK는 한층 더 강력한 타선을 만들게 됐다. 최정, 한동민, 김동엽, 로맥 등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짜임새가 탄탄하다. 또 나주환, 이홍구, 최승준, 이재원 등 하위 타자들도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다. 주로 1번으로 나서는 정진기도 올 시즌 홈런 6개를 기록했다. 누구라도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상대 투수는 긴장을 유지한 채 공을 던져야 한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심하다.
SK는 홈런 타자들을 앞세워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3연전에서 스윕시리즈를 달성했다. 3연패를 끊고 연승 모드에 돌입. 26일에는 정진기와 한동민이 솔로포, 27일에는 최정과 한동민이 홈런포를 퍼올렸다. 28일은 로맥의 날이었다. 로맥은 LG 마운드를 상대로 멀티홈런을 기록. 정진기와 최정도 홈런을 지원해주면서 5-2로 승리했다.
SK는 급하게 로맥을 영입했지만 준비 없이 진행된 일은 아니었다. 프로 구단들은 예상치 못한 악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체 선수들을 언제든지 알아보고 있다. 로맥도 SK가 2년 동안 지켜본 선수였다. SK의 준비성 하나로 최악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 현재 SK는 24승1무24패로 리그 공동 5위에 자리했다. 로맥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다면 상위권 도약도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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