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이상완 기자] "민망하지만…제가 저를 뽑아 감독과 주장 투표에서 만장일치를 받았다. 하하" 염기훈(32, 수원)의 폭소 드립(?)이 난무했던 지난 2일 K리그 올스타전 기자회견장. 이날 멋쩍게 웃는 염기훈의 모습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됐다. 안방부터 직장,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화장실 등 구석구석 전파됐다. 중계를 본 팬들의 반응은 "프로축구연맹이 달라졌다" 이 한마디였다.
입담꾼으로 통하는 최강희 감독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꿀 조합. 무장해제 된 염기훈의 입. 해설 경험이 있는 차두리의 언어의 노련미. 사회를 맡은 이광용 KBS 아나운서의 적재적소 배치되는 재치까지. 1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4명의 어색함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올스타 선수 발표도 이전과 달랐다. 기존 이름 호명 식의 형식에서 벗어났다. 드래프트제로 양 감독이 선수를 직접 뽑았다. 공격수, 골키퍼, 미드필더(좌/중/우), 수비수(좌/중/우) 등 총 8개의 포지션으로 세분화했다. 골키퍼와 수비수를 선택한 가운데 공격수(6일), 미드필더(9일)는 차후 공개한다. 이는 팬들의 관심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해서 올스타전까지 끌고 간다는 연맹의 계획이다.
그동안 연맹은 이벤트성 올스타전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만큼 올스타전 성격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91년 6개 팀을 꾸려 청팀 對 백팀으로 시작한 올스타전은 2007년까지 중부 對 남부의 대결을 유지했다. 당시만 해도 큰 이슈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나마 하프타임 릴레이와 캐논 슈터가 빅히트였다.
한계를 느낀 연맹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8~2009년 2년 연속 일본 J리그 올스타와 한‧일 자존심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2010년에는 '초호화' 스타 군단 FC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초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의 원성만 높아지는 등 역효과였다.
절치부심한 연맹은 2012년 '팀 2012 對 팀2002'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20~50대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팬들 사이에서 올스타전 재미의 입소문이 퍼지자, 이때부터 연맹은 매년 일명 '팀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후부터 연맹은 축구팬들의 욕구를 천천히 채워줬다. 특히 올 시즌에는 K리그 클래식‧챌린지의 중계 횟수와 노출의 빈도를 높였다. 포털사이트를 통한 인터넷중계 뿐만 아니라 지역 케이블과도 긴밀히 연계해 구단 지역 밀착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