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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코너 맥그리거’! 격투 아재들의 투혼열전

오늘은 내가 ‘코너 맥그리거’! 격투 아재들의 투혼열전

  • 기자명 이호택 객원기자
  • 입력 2017.08.02 15:52
  • 수정 2017.08.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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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스포츠=이호택 격투기전문 객원기자]

국내 최초 중년을 위한 아마추어 격투대회 아재배틀 개최
중소기업 대표, 공방장인, 건설노동자 등 직업과 살아온 스토리도 가지각색

찌는 듯 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일요일(7월 30일).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한 입식격투기 체육관(의정부 원투체육관)에는 오전부터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아저씨들이 저마다 글러브를 하나씩 챙겨 들고 모여 앉았다.

국내 최초 중년 격투인을 위한 아마추어 입식격투기 대회, 아재배틀(대표 남일)이 개최되는 역사적인 현장이었다. 만 31세 이상, 아마츄어 격투 전적 5전 미만의 중년 격투동호인들이 도전할 수 있는 순수 아마츄어 격투기 대회 ‘아재배틀’의 출발은 사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의정부원투체육관에서 함께 운동하던 40대 가장 3인방(추선홍, 신용, 황호명)은 마침 나이 터울도 1살차로 비슷했다.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다 보니 금새 가까워져 ‘형동생’이 되었고 단순히 체육관 선후배에 그치지 말고, 함께 도전하는 동료가 되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뜻을 모았다. 그들은 ‘팀 올드보이’를 결성, 입식격투기 대회 MAX FC의 세미프로리그에 도전했고, 2승1패라는 호성적을 거두었다. 자신들보다 열살 이상 한 참 어린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거둔 승리, 심지어 2승 모두 KO승이었다.

대회사는 이들을 눈 여겨 보았다. 일명 ‘아재특공대’가 발족한 것이다. 아재특공대 3인방의 맏형 추선홍(42, 출판업)은 이 대회를 계기로 MAX FC 메인 무대 첫 경기에서 데뷔전을 갖게 되었다. 42세의 나이에 생애 첫 메이저 무대 프로 선수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각종 미디어에서 이들의 스토리를 다루면서, 소속 체육관 관장 남일 대표는 아예 ‘아재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10여년간 일본과 한국 격투기 무대에서 선수와 프로모터로 활약한 남일 대표는 비슷한 컨셉의 일본 대회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일본에는 오야지배틀(아저씨배틀)과 나이스미들(멋진중년)이라는 타이틀로 각각 ‘꿈꾸는 중년’들을 위한 종합격투기(MMA)와 입식격투기(킥복싱) 대회가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그 호응도 큰 편이다. 남일 대표 역시 우리나라 최초로 중년 입식격투기 대회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일명 ‘아재배틀’의 탄생은 그렇게 출발했다.

한 달여 간의 준비기간과 모집기간을 통해서 총 5경기 10명의 참가자가 접수를 마쳤다. 참가자 평균 연령 41세, 최연장자는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54세 이승만씨(태백문무관), 최연소는 격투기 선수의 꿈을 꾸고 있는 건설 노동자 31세 함장열씨(팀파시강남)였다. 선수들의 스토리도 다양했다. 10kg이상 감량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내친김에 시합까지 나선 공방장인,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운동을 통해서 새 삶을 찾아 선수로까지 도전하게 된 건설노동자, 남자로서 아직도 스스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도전하게 된 50대 택시기사도 있었다. 저마다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담고 그들은 링 위에 올랐다.

모든 시합은 체급과 나이를 감안해 매치업이 성사되었다. 연장 없이 2분3라운드, 헤드기어는 없는 세미프로 입식격투기 룰이었다. 시합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여느 선수 못지 않게 진지한 눈빛으로 변모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이루어지고, 각자의 세컨드 들의 지시소리, 가족들의 응원소리로 체육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날의 모든 경기는 판정으로 승부가 났다. 다행히 큰 부상자 없이 경기는 안전하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었다.

 

경기 후, 체육관에는 그날의 뒤풀이를 위해 남일 대표가 준비한 탕수육과 양장피 등이 시원한 맥주와 함께 등장했다. 한 켠에는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온 아들 딸들의 ‘내빈석’도 마련되었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미녀들이 함께하는 UFC나 K-1의 ‘애프터 파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조촐한 축하의 자리였지만 그 가치만은 그와 비견될 수 없을 만큼 따뜻하고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자리였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먼저 들이킨 한 참가자는 “이 맛에 운동을 한다”며 껄껄 웃었다. 살아 온 이야기, 운동을 통해 가족과 자신이 변화되어가는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오갔다. 그 자리에서 다음 대회 참가를 약속하는 참가자가 속속 등장하는 진 풍경도 벌어졌다. 국내외 어떤 격투기 대회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훈훈한 광경이었다.

아재배틀 주관 남일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아재들을 위한 도전과 땀의 감동이 살아 숨쉬는 무대를 개최할 생각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아재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지금 바로 체육관 문을 두드리고 도전하시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사진=이호택 객원기자

sports@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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