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창원=이상완 기자] “공격을 강조하시죠.”
K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항서(58) 창원시청 감독의 축구는 날카로웠다. 박 감독은 2015년 말 10년 가까이 생활 터전이었던 프로 무대를 떠났다. 1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박 감독은 정유년을 앞두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프로 무대가 아닌 실업 무대였다. 돌아오더라도 K리그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고향과도 같은 내셔널리그 소속의 창원시청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창원시청은 최근 4강 플레이오프에 단골로 이름을 올릴 만큼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창원시청 선수들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K리그 베테랑 감독이 온다는 데에 반가움을 표했다. 창원시청 한 선수는 “부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깐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무뚝뚝하시지만 K리그, 월드컵 얘기들을 많이 해주시고 선수들과도 잘 지내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부임 후 기존 전력에 ‘박항서표 공격’ 색깔을 입히는 데 주력했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감독님은 공격적인 것을 주문하신다”고 말할 정도로 기본 3-4-3의 빠른 좌우 측면과 압박을 이용한다. 박 감독은 K리그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시절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했다. 허리를 두텁게 한 후 공격 삼각편대 이용, 수비 전환 시에는 4백과 5백 등 경기장을 폭넓게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7일 박항서 감독이 내셔널리그 첫 홈경기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도 여전했다. 1년 만에 돌아왔지만 변함없는 공격 전술이 눈길을 끌었다. 창원시청은 4라운드 부산교통공사를 맞아 3대0으로 꺾었다. 창원시청은 시즌 홈 첫 승, 2승1무1패(승점 7)를 기록했다. 역시나 시종일관 공격적인 축구는 누가 봐도 박항서표 색깔이었다. 박 감독은 발 빠른 배해민과 태현찬을 좌우 날개로 두고 압박이 좋은 이동현을 전방에 세웠다.
2선은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했다. 창원시청은 전진 압박으로 좌우 공간을 열었다. 간결한 짧은 1대1 또는 2대1 패스로 수비진을 공략했다. 투박함 없이 촘촘했다. 볼을 소유하는 시간도 길었다. 박 감독은 경기 내내 테크니컬 에어리어 안에 서서 진두지휘했다. 전반 동안 60%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몰아치는 박항서표 축구는 후반 5분 배해민이 골문 구석을 찌르는 슛을 쏘았고, 선제골을 터트렸다. 일방적인 공격은 계속돼 24분 이동현, 38분 이상근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박 감독의 실업무대 홈 첫 승을 거둔 순간이다. 수비에서도 흔들림 없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수비라인도 돋보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따뜻한 봄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박 감독에게 박수를 보냈다.
bolante0207@stn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