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장충=이종현 인턴기자] 이젠 두툼했던 달력이 제법 가벼워질 때면 으레 생각나는 행사가 있다. 바로 지난 2003년부터 지속해온 홍명보 자선경기다.
홍명보 장학재단은 2016년이 몇일 남지 않은 27일(화) 오후 7시 장충체육관에서 제14회 'KEB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6 홍명보 자선경기'를 열었다.
지난해처럼 포근한 날씨와 주말은 아니었지만 자선경기를 보기 위한 인파가 장충체육관에 모였다. 경기 1시간 전부터 팬들의 입장이 꼬리를 물었고, 경기 시작 30분 전인 6시 30분에는 퇴근시간과 맞물려 관람석 대부분이 채워졌다.
그럴 만도 했다. 자선경기엔 전·현직 국가대표를 비롯해, 현재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선수들이 참가했다. 팬들을 배려해 겨울 추위 없는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단장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선경기는 풋살 형태로 경기가 치러져 높은 몰입감을 줬다. 경기 중 장내 아나운서의 위트 있는 진행은 축구 외적인 재미를 줬고 선수들의 익살스런 움직임은 하나같이 즐길 거리가 됐다.
경기는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사랑팀이 경기종료 직전 터진 김보경의 극적인 버저비터 득점으로 희망팀에 10-9 승리를 거뒀다. 총 19골이 나오는 동안 양 팀 선수들은 세리머니 타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가슴 속에 품고 있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면, 이승우처럼 자신의 끼를 선보이는 선수도 있었다.
그래도 기본은 ‘팬을 위한 경기’였다. 전반은 예능으로 무장한 경기를 펼쳤다면, 후반엔 적절한 승부욕을 발동해 박진감 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그 가운데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경기 직전 구자철이 선서했던 페어플레이 정신은 그라운드에 기분 좋게 녹아들었다.
선수 대부분이 시즌을 마치고 휴식기간 중 참가해 온전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했고 즐거움을 나눴다.
경기 전 자신의 글씨가 새겨진 사인볼을 선물했고,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과 축구화를 팬들에 선물하기도 했다. 일일이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프타임엔 슛포러브 캠페인을 통해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을 돕고 있는 ‘Shoot for Love’ 팀의 의미 있는 행사도 이어졌다.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까지 ‘좋은 것으로 꽉 찬 종합선물세트’ 같은 행사였다.
실내에서 펼쳐진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있었다. 남녀의 비율도 균등했다. 단지 축구의 오락성뿐만 아니라 나눔의 가치가 녹아있는 행사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홍명보 자선경기는 이제 하나의 축제를 넘어 문화가 됐다. 홍명보 자선경기를 지켜보고 함께 한 후배축구인들은 추캥(축구로 만드는 행복)을 통해 또 다른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장수 축구 자선활동은 이제 축구를 통한 자선활동의 선두주자이자 하나의 문화가 됐다. 그것만으로 홍명보 자선경기를 응원할 만하다.
날이 추워졌다. 눈물을 찔끔 흘리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이지만. 금세 2017년의 겨울이 기다려질 것 같다. 2017년에도 홍명보 자선경기를 통해 더 많은 팬들이 따뜻함을 나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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