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강릉=이상완 기자] “아쉽지만 시대의 흐름이니깐 보내줘야 하지 않겠나.”
지난 9일 마지막 홈경기를 앞둔 울산현대미포조선(울산미포조선) 김창겸 감독(60)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울산미포조선은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 2016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강릉시청을 1~2차전 합산 2-1로 누르고 팀 통산 7번째(2007‧08‧11‧13‧14‧15‧16년) 우승과 4년 연속(2013~16년) 우승을 달성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제외한 몇몇 선수들은 내년 K리그 챌린지(2부)에 참가하는 신생 안산시민구단(가칭)으로 통합되지만 사실상 모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인한 해체 수순이다.
울산미포조선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1998년 7월 18일 탄생했다. 국내 9번째 실업구단으로 출발한 울산미포조선은 모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축구단 경영으로 실업축구 최강자로 떠올랐다.
창단 3년만의 전국축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울산미포조선은 2005년에는 FA컵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FA컵 역사상 실업축구단이 준우승을 차지한 구단은 울산미포조선이 유일하다.
이후 2대 최순호 감독(2006~08년‧現 포항스틸러스) 체제에서 내셔널리그 2회 우승(2007‧08년)과 대통령배 전국축구대회 우승(2008년) 등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2007년에는 내셔널리그 제패 후 K리그 승격 자격을 얻었지만 울산미포조선은 고민 끝에 승격 거부를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울산미포조선은 실업축구의 선두주자로 2010년에는 내셔널리그 구단 첫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2011년에는 리그와 컵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더블’을 달성했다.
3대 조민국(2009~13년‧現 청주대) 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은 김창겸 체제에서는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김 감독은 실력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을 끌어 모아 하나의 팀으로 만들었다.
빠르고 선 굵은 축구로 2013년부터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해체가 결정된 올 해 울산미포조선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 챔피언십 플레이오프(PO)에서 경주한국수력원자력을 누르고 4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마침내 팀 통산 7회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 구단 통산 7회 우승은 내셔널리그 최다 우승 기록이다. 4년패 역시 리그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이다.
울산미포조선은 전대미문 대기록의 발자취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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