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진주 기자] 지난 8월 2일 수원 kt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짐 아두치가 20-20클럽(20홈런-20도루)에 가입했다. 아두치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후 2루를 훔쳐 20번째 도루를 기록, 대기록에 입을 맞췄다. 역대 40번째, 롯데 소속 선수로는 최초였다.
34년 KBO리그 역사를 함께했다. 우승도 세 차례 경험했다. 스타들도 줄기차게 배출됐다. 하지만 대기록의 주인공만은 나오지 않았다. 왜 두산에는 20-20클럽 가입자가 없을까.
모 아니면 도, ‘거포’ 아니면 ‘육상부’
두산의 홈인 서울 잠실구장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투수 친화적 구장이다. 좌우폭이 넓고, 중앙 펜스 길이도 125m로 가장 길다. 홈런을 치기 쉽지 않다. 20-20을 기록하기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잠실을 함께 쓰는 ‘이웃’ LG는 이미 20-20클럽 가입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1992년 송구홍이 스타트를 끊자 2년 뒤인 1994년 김재현이 명맥을 이었다. 이어 5년 뒤에는 이병규가 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이병규는 30홈런-31도루로 30-30클럽에도 가입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다면 왜 두산에서는 나오지 않았을까. ‘모 아니면 도’였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두산 타자들은 딱 두 부류로 나뉘었다. ‘거포’ 아니면 ‘육상부’였다. 펀치력을 갖춘 대신 발이 느렸고, 발이 빠르다면 펀치력이 부족했다. ‘호타준족’은 없었다.
때문에 지금껏 20-20에 근접한 선수조차도 많지 않았다. 93년 김상호(11홈런 19도루)과 01년 타이론 우즈(34홈런-12도루), 02년 최경환(13홈런-15도루), 07년 고영민(12홈런-36도루) 정도뿐이다.
지난해 민병헌이 124경기에서 12홈런-16도루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자연스레 올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이 솟았다. 그러나 민병헌은 올 시즌 잔부상에 신음하며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 그 와중에도 홈런 12개를 때려냈다. 하지만 도루는 6개에 그쳤다. 풀타임 데뷔 후 가장 저조한 개수다.
그보다 20홈런을 때려낸 김현수가 더 많이 베이스를 훔쳤다. 김현수는 현재 20홈런-11도루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이 13개에 불과한 김현수에게 20-20클럽 가입을 바라기는 힘들다. 또 남은 경기수도 많지 않다. 현실적으로 올 시즌에도 두산 소속 20-20클럽 가입자는 배출되기 힘들다.
변화한 트렌드, 호타준족이 대세
사상 첫 10구단 체제로 치러진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호타준족’의 대두다. 이미 짐 아두치(롯데)와 에릭 테임즈, 나성범(이상 NC), 야마이코 나바로(삼성)가 20-20클럽에 가입했다. 4명, 5명의 20-20클럽 가입자를 배출했던 1999시즌 이후 가장 많다. 호타준족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특히 테임즈는 41홈런 36도루로 30-30클럽에도 가입했다. 남은 16경기에서 도루를 4개만 더 추가해도 KBO리그 사상 최초 40-40클럽 가입자가 된다. 이는 100년이 넘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4명밖에 기록하지 못한 엄청난 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20-20클럽 가입 대기자도 있다. 넥센의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현재 18홈런-19도루를 기록 중이다. 남은 14경기에서 홈런 2개와 도루 1개를 보태면 풀타임 첫 해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리그 트렌드가 변했다. 정통 거포나 전형적인 똑딱이보다는 잘 치고 잘 달리는 호타준족이 더 각광받는 시대다. 두산에도 이제 호타준족이 필요하다. 과연 앞으로 누가 그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