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쁨을 담아 흔들어 터뜨리는 병은 샴페인이 아닌 진저에일이었다. 조금은 독특한 이 장면은 마약과 알콜 중독이라는 어두운 길에서 벗어나 인간 승리를 보여주고 있는 팀의 간판 타자 조쉬 해밀턴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 위한 팀 동료들의 배려로 벌어진 일이었다. 사고로, 마약과 알콜 중독으로, 부상으로 거듭해서 넘어졌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 해밀턴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텍사스 레인저스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결과로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다.
완벽했던 포스트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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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 2패로 몰린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팀의 에이스가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시리즈를 역전시켰다. 챔피언쉽 시리즈에서는 언제나 텍사스를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시켰던 양키스를 만나는 탓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되었지만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과 경기력으로 양키스마저 넘어섰다.클리프 리는 나오는 경기마다 팀에 승리를 가져왔고, 0.350의 타율에 0.536의 장타율, 4개의 홈런과 7타점, 고의사구 5개를 얻어낸 해밀턴의 활약은 만화에서나 보던 4번 타자(그의 타순은 3번이었지만)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법은 딱 거기까지였다.
완벽해 보이던 그들의 타선도, 워싱턴 감독의 작전구사도, 클리프 리의 투구도 샌프란시스코의 벽 앞에 막혀 버렸다. 12시가 되어 풀려버린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레인저스의 완벽했던 포스트 시즌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에이스는 필라델피아(5년 1억 2000만)로 떠나 버렸다. 지난 시즌 선발로 전향한 뒤 빼어난 활약을 보인 CJ 윌슨, 일본에서 돌아와 드디어 날개를 편 콜비 루이스, 13승 4패 3.73을 거둔 토미 헌터 등이 주축을 이루는 텍사스 선발진은 아직도 경쟁력이 충분하지만 리가 가지고 있던 압도적인 존재감을 메우기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벨트레의 경우 이미 FA를 앞두고 폭발적인 성적 향상이 이루어졌다가 장기 계약 이후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 했던 선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기대대로 지난 시즌 지명타자로 나서 3할, 29홈런, 115타점을 올렸던 게레로의 빈자리(볼티모어로 이적)를 잘 메워준다면 기존의 타선과 함께 텍사스의 타선은 상대팀 투수에게는 피해갈 곳이 없는 악몽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 월드시리즈에서는 부진했지만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시즌이 끝난 후 연봉 조정 신청을 통해 2년 2400만 달러의 재계약을 이끌어내며 활약에 대한 보상도 받았다.
이는 거듭 말하지만 텍사스의 타선이 약해서가 아니다. 그가 보통 선수가 아니라 MVP이고, 팀의 무게감을 바꿀 수 있을 그런 선수이기 때문이다. 마약, 술, 부상, 사고 등 모든 악재 속에서도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해왔던 그의 인간 승리가 올 시즌에는 어떻게 펼쳐질지에 텍사스 레인저스 타선의 명운도 달려있다.
박윤주 인터넷 기자 / sports@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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