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윤승재 기자]
“론볼이 좋은 이유요? ‘평등’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론볼의 매력에 대해 묻자 임천규(46‧부산광역시‧B6)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을 긋지 않는, 남녀노소 모두가 ‘평등’하게 즐기고 경쟁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임천규에게 론볼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론볼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약 20년 전인 1997년. 25살의 어린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애를 안은 그는 우울감에 빠져 선뜻 밖으로 나서지 못했고, 약 2년 동안 어둡고 긴 터널 속에 갇혀 지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를 밝은 세상 밖으로 끌어 올려준 것이 바로 론볼이다. 우연히 론볼 모임에 참석했던 그는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리다 론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렇게 시작했던 론볼 덕에 임천규의 인생은 확 달라졌다. 게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다보니 어느새 잃었던 웃음까지 되찾았다. 그는 “론볼을 하게 되면서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사람들과 재밌게 게임을 하다 보니 나도 밝게 변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얼굴은 상당히 동안이다. 그 비결을 묻자, 임천규는 “하도 밝게 살아서 젊어 보이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야말로 론볼은 그에게 웃음과 동안을 가져다 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스포츠였기에 그 의미는 남달랐다.
론볼이 장애인만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도 임천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적인 스포츠에 손기술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스포츠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 경기를 할 수 있다. 임천규는 “론볼은 평등한 스포츠다. 남자-여자, 장애인-비장애인 구분도 없고, 어드벤티지도 필요없다.
약 20년 전 재미삼아 시작했던 론볼이었지만, 어느새 그는 아시아 최정상 자리까지 올라섰다. 4년 전 인천 장애인 아시아게임에서 단식과 복식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운이 좋았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대회에 참가하는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임천규는 이내 “4년 전 2관왕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고, 이번에도 2관왕을 노린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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