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뉴스] 정철우 기자 =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피치 클록과 ABS 등 스피드 업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성과를 자랑할 때가 아니다. 현장에서 시작 된 파열음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KBO는 13일 ‘2024년 KBO리그 시범경기 19경기 대상으로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35분으로 지난해 대비 23분 단축됐다’고 밝혔다.
KBO 리그는 선수들의 피치클록 적응을 돕기 위해 올 시즌 시범경기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위반에 따른 제재는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투수판 이탈(견제 등) 제한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다.
KBO는 피치클록 시범운영에 따른 각종 관련 통계와 팬들의 선호도, 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정식 도입 시기를 최대한 빨리 결정할 예정이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은 정식 운영 중이다. 공정하고 일관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통해 지속적인 심판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ABS는 12일까지 시범경기 19경기 동안 99.9%의 투구 추적 성공률을 보였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부 피치클록에 동조하는 감독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감독들이 피치클록이 야구를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 감독은 "일단 경기 시간이 줄어들면 정말 팬들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인지부터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1시간만 야구 하면 야구 흥행이 대폭발하게 되는 것인가. 아무런 근거 없이 덜컥 제도부터 도입하면 현장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피치캠 없이 피치클록을 도입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지금 상황으로는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하기 대단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한 경기 시간 단축인지 모르겠다. 경기 시간 줄이려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수준 낮은 야구가 짧은 시간에 치러진다고 팬들이 좋아하겠는가. 모든 것은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1순위가 돼야 한다. 지금 형태로는 선수들의 야구에 방해만 될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 뿐 아니다. 피치 클록 시행을 몇 년은 더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감독들이 많다. 일단 2군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친 뒤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KBO가 당장의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제도를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경기 시간 단축은 좋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좀 더 질 높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지금읜 제도 도입의 성과를 홍보할 때가 아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선수와 팬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어설픈 메이저리그 따라하기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STN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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