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뉴스] 정철우 기자 = 사람 좋으면 꼴찌라고 했다. 감독은 결단을 내리는 자리다. 마음이 약해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다간 승부처를 놓칠 확률이 그만큼 더 커진다.
그런데 최근 한 감독의 각오에서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의 멘트였다. 짤은 한 줄짜리 메시지였지만 울림이 크게 나가왔다.
이 신임 감독은 감독 선임을 축하하는 멘트에 이런 답을 보내왔다.
"착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대단히 이례적인 답이었다. 신임 감독의 취임사엔 날이 서 있기 마련이다.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로 팀을 장악하고픈 마음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탓할 수 없다. 초보 감독일 수록 선수들에게 끌려 다려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진다.
이범호 감독은 달랐다. 그래도 '착한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나 지으며 선수들 분위기나 맞춰주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진심으로 좋은 리더는 가슴 속에 공정을 품고 있어야 한다. 특정 선수 몇몇에 의한 팀이 아니라. 각 포지션 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를 쓰는 것이 진정한 덕장이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런 말은 한 적이 있다.
"한 팀에 15명 정도는 자신이 주전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위권 5명은 자신이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남은 5~6명이 문제다.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토탁이며 시즌 끝까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좋은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이범호 신임 감독도 그런 면에서 '착한 사람'을 화두로 꺼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신임 감독들이 갖고 있는 날 선 결단력 보다는 팀을 전체적으로 보듬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방향타 몫을 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KIA는 좋은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이다. 이런 팀일수록 팀을 하나로 묶어 나아가는 야구가 필요하다. 낙오자를 최대한 줄이고 함께 하나의 목표로 뭉쳐야 한다. 이범호 감독이 보여 줄'착한 야구'는 소회된 선수 없이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야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말과 실천은 다르다. 이 감독이 먹은 마음이 정작 시즌에 들어가서는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처음 먹은 마음 그대로 자신의 야구를 풀어 간다면 그 결과와 상관 없이 좋은 시즌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현역 시절에도 좋은 인품으로 이름 높았던 야구인이다. 자신보다 선.후배를 먼저 챙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팀과 동료들에게 힘이 되려 애썻다. 따 그 떄의 그 모습만 잃지 않는다면 이 감독은 성공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STN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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