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소화능력, 제구력, 안정감, 꾸준함, 위기관리능력…….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유희관은 스피드만 빼고 다 갖췄다. 최근 들어 돋보이는 점은 무엇보다 이닝소화능력이다.
21일 현재, 유희관은 4경기에 선발 등판해 28⅓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7이닝이 넘는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만 않는다면 보통 30경기 정도 마운드에 오른다. 산술적으로는 200이닝이 가능하다. 2007년 류현진을 마지막으로, 200이닝을 넘게 던진 국내선수는 아직 없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 시즌에 200이닝을 던지는 투수는 수두룩했다. 훨씬 이전 이야기지만 1983년과 1984년, 1986년에는 무려 6명이나 200이닝이 넘게 던졌다. 특히 1983년, 고(古) 장명부 선수는 36경기를 완투하며 427⅓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2002년에는 송진우(한화, 220이닝), 임창용(삼성, 204⅓이닝), 게리 레스(두산, 202⅓이닝), 마크 키퍼(KIA, 202⅓이닝)가 200이닝을 넘겼다.
2003년에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200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중간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선발투수가 책임져야 할 이닝은 줄어들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다니엘 리오스가 4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했지만, 훗날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선수로는 2006년과 2007년, 류현진이 200이닝 고지에 올랐다.
이후 명맥이 끊겼던 ‘200이닝’은 2012년, 넥센의 브랜든 나이트가, 2013년에는 LG의 레다메스 리즈가 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를 제외하면 최근 11년간 200이닝을 넘긴 국내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200이닝에 가장 근접했던 기록은 2010년 김광현(SK 와이번스)의 193⅔이닝이다.
유희관이 200이닝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점치는 이유은 바로 꾸준함이다. 유희관은 최근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6일 KIA전 7이닝 1실점, 15일 삼성전 8⅔이닝 1실점, 20일 롯데전에는 7이닝 1실점했다.
특히 롯데전에서, 4일 쉬고 등판했는데도 구위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5일에 116구를 던지고 20일에 또 나와 111구를 던졌다. ‘이닝이터’가 되려면 등판했을 때 오래 던져야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히 나올 수 있어야 한다. 30경기에 나와 6이닝씩 던지는 투수가 25경기에 나와 7이닝씩 던지는 투수보다 결국 더 많이 던지기 때문이다.
200이닝은 에이스의 상징이다. 가장 오랫동안 마운드에 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승이나 평균자책점, 세이브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팀 공헌도는 압도적이다. 과연 유희관이 류현진에 이어 200이닝 고지를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 뉴시스]
한동훈 기자 / dhhan@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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