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와 치어리더는 없었지만 단체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19일,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던 잠실야구장에는 총 관중 23,899명이 들었다. 많은 점이 평소와 달랐지만 관객들의 응원문화는 그대로였다. 두산 선수들은 헬멧에 세월호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의미의 스티커를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구단 측은 치어리더 응원과 각종 이벤트를 모두 취소했고 앰프 사용도 금지했다. 경기 전에는 관중들에게 전광판을 통해 호각을 비롯한 도구를 이용한 응원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열정을 단지 안내 문구로만 자제시킬 수는 없었다. 경기 시작부터 응원가가 들렸다. 오히려 앰프가 없으니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듯 했다. 응원을 주도하는 호각 소리가 들렸고, 막대 풍선 역시 내야를 꽉 채웠다.
1회가 끝나자, 전광판에 안내 멘트가 다시 한 번 올라왔다. 변한 것은 없었다. 급기야는 3회 초, 경기 도중에 안내멘트가 또 올라왔다. 호각소리는 그제야 잦아들었지만 역시 그뿐이었다. 호각 소리만 사라졌다. 야구장에만 있는, 선수개인별 응원가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날따라 경기 내용까지 긴박했다. 8회 초, 롯데가 공격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3루 관중석에서 ‘부산갈매기’가 울려 퍼졌다. 9회 초, 선두타자가 3루타를 치고 나가자 대부분이 일어날 정도로 흥분했다. 9회 말, 두산 양의지가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 1루 관중석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야구를 즐기러 가서 침묵을 지키며 일부러 숙연하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안타나 홈런, 득점 상황이나 위기를 탈출했을 때 순간적인 함성이나 환호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응원단도 없고, 자제해달라는 안내 멘트까지 나오는데 조직적으로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목이 터져라 육성 응원을 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까지 결방하면서 뉴스 특보가 나오는 상황이다. 앰프를 끄고, 치어리더를 올리지 않는 것은 조직적인 응원을 하지 말자는 무언의 요청이다. 조금 더 성숙한 응원문화가 필요한 때다.
[사진. STN]
잠실=한동훈 기자 / dhhan@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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