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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포로 로마노] ‘파르마 러버’ 부폰, 꿈꾸는 환상적 황혼

[이형주의 포로 로마노] ‘파르마 러버’ 부폰, 꿈꾸는 환상적 황혼

  • 기자명 이형주 기자
  • 입력 2021.06.23 10:17
  • 수정 2021.06.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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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마 1기 시절 지안루이지 부폰의 모습
파르마 1기 시절 지안루이지 부폰의 모습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지안루이지 부폰(43)이 커리어 첫 발을 뗐던 곳으로 돌아왔다. 

파르마 칼초 1913는 지난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구단은 전 유벤투스 FC 소속이었으며 현 FA 신분인 부폰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그는 구단을 떠난지 20년 만에 팀에 복귀하게 됐습니다”라고 알렸다. 

부폰. 현 세대는 물론 역대 최정상의 골키퍼를 거론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선수다. 지난 2018년 지안 피에로 벤투라의 지도력 미달이 아니었다면 최초로 6번 연속 월드컵을 밟을 수도 있었던 선수다. 5번 월드컵에 나가 1번의 우승을 견인했다. 클럽 역시 파르마,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 FC 등에서 활약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물론 유벤투스, 파르마의 레전드인 부폰
이탈리아 대표팀은 물론 유벤투스, 파르마의 레전드인 부폰

부폰은 직전 시즌 말부터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차기 시즌에 관한 고민이었다. 유벤투스 소속이던 그에게는 네 가지의 선택의 기로가 있었다. 

첫 번째 선택은 팀에 잔류하는 것이었다. 부폰만 원하면 딜은 이뤄지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주전이 아닌 백업 골키퍼 역할을 맡아야했지만 그가 거의 유일하게 정복 못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에 도전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빅리그 강팀으로 이적하는 것, 세 번째는 새로운 빅리그 중하위권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었다. 부폰의 결정에 달린 일이었다. 전력이 강할수록 UCL 트로피를 들어올릴 가능성이 있었고, 전력이 약할수록 그가 백업이 아닌 주전으로 활동할 여지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선택은 그를 간절히 원하는 파르마의 SOS에 응답하는 것. 파르마는 1999년 그가 17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곳으로 위대한 커리어의 첫 발을 내딛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의 친정팀은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었고 파르마로의 합류는 그가 UCL 트로피를 포함 우승컵은 포기해야 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결국 부폰은 수구초심이었다. 부폰은 숱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도 고향팀의 재건에 힘을 보태기로 마음 먹었다. 결국 오피셜이 발표됐다. 

부폰은 23일 파르마 입단 기자회견에서 그간 상념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 했다. 이 안에서 그가 했던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언론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 등 복수 언론에 따르면 부폰은 “3주 정도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파르마의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미 세리에 B에서 뛴 적이 있고(유벤투스 칼치오폴리 스캔들 이후)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유벤투스 잔류나 타 팀 이적도 생각해봤습니다. UCL에서 우승할 수 있는 2번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주인공으로는 아닐 것이었습니다. 유벤투스에서 동료들과 쌓은 강한 유대감과 우정으로 백업 골키퍼 역할도 맡았지만 마지막 2년에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파르마 재건에 나서는 부폰(좌측)과 카일 크뢰셰 파르마 회장(우측)
파르마 재건에 나서는 부폰(좌측)과 카일 크뢰셰 파르마 회장(우측)

결국 남은 것은 파르마였다. 부폰은 “다른 좋은 제안들도 있었지만 카일 크뢰세 회장님이 계속해서 저를 설득하셨습니다. 파르마와의 정서적 유대감, 또 제가 스스로 경기를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복귀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파르마의 좋은 프로젝트 역시 저를 기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부폰이 복귀한 파르마는 이탈리아의 중앙 에밀리아 로마냐지방의 파르마를 연고로 한다. 파르마는 물론 에밀리아 로마냐지방의 자존심인 클럽이다. 파르마 한 가운데 있는 홈구장 엔니오 타르디니는 요새 그 자체였고 파르마는 1990년대 유벤투스, AC 밀란, 인터 밀란, SS 라치오, AS 로마, ACF 피오렌티나와 함께 이른바 7공주로 묶이기도 했다. 

파르마의 홈구장인 엔니오 타르디니
파르마의 홈구장인 엔니오 타르디니

특히 파르마는 1998/99시즌 코파 이탈리아(이탈리아 FA컵)과 UEFA 컵 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그 빛나는 전성기에 중심이었던 이가 바로 부폰이었다. 2001년 부폰이 유벤투스로 이적한 뒤 클럽은 많이 달라져 있다. 

파르마는 심한 재정난을 겪다가 2014/15시즌을 끝으로 4부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겨우 팀을 정상화시키며 복귀했지만 다시 2부리그로 향하게 된 것이다. 승격 과정에서 로베르토 다베르사 감독, 센터백 크리스티안 루카렐리가 큰 역할을 했다. 이제 엔초 마레스카 신임 감독과 부폰이 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파르마가 배출한 스타는 지금의 그를 잊게 해준 클럽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아무런 기약도, 보장도 없는 2부행이지만 부폰은 이를 받아들였다. 자신의 손으로 클럽의 재건을 만드려고 하는 부폰. 그는 2년 혹은 그 이상 파르마와 함께 환상적 황혼을 꿈꾼다. 

사진=뉴시스/AP, 카일 크뢰셰 SNS, 이형주 기자(이탈리아 파르마/엔니오 타르디니)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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