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상완 기자]
"손흥민의 출전은 내일 결정하겠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중국과의 경기 하루 전까지도 고심하면서 말을 아꼈다. 팀의 핵심 선수를 보호하느냐와 팀을 위해 출전을 강행시키느냐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보호와 팀을 놓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란 쉽진 않았을 터이다. 벤투 감독은 다소 논란이 일어나더라도 팀의 전체적인 목표를 생각했다. 결국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선발 투입하는 걸로 택했다. 선발 명단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벤투 감독의 ‘무리수’로 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이 그라운드 안에서 벤투 감독의 ‘뚝심’ 선택이 옳았음을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결과적으로는 2대0으로 이겨 자존심도 챙기고 향후 토너먼트에 있을 여러 유리한 조건까지 챙기는 과감함이 통한 것이다. 손흥민이 최악의 조건에서도 스스로 잘한 부분이 크지만, 벤투 감독의 전술 기용법도 빼놓을 순 없다. 벤투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원톱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받치는 2선 중앙 섀도우 스트라이커에 가깝게 배치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당시 김학범 감독이 사용했던 ‘손흥민-황의조’ 활용법이다. 당시 두 선수는 원톱과 2선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합작했다. 손흥민이 2선에서 볼 배급과 다양한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한 계기가 됐다. 벤투 감독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좌우 황희찬(함부르크) 이청용(보훔) 등 컨디션이 좋은 날개 자원을 활용하면서도 손흥민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2선에 배치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황의조의 페널티킥골을 직접 반칙을 유도해 선취득점에 기여했고, 후반 5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도 키커로 나서 절묘한 킥으로 김민재의 헤딩 추가골을 도왔다. 소속팀에서는 좌우 날개 자원으로 공격에 치중을 한다면, 대표팀에서는 그림자 스트라이커와 원활한 볼 배급으로 ‘특급 도우미’로 변모한 것이다. 벤투 감독은 중국전이 끝나고 “손흥민이 희생을 해줬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손흥민 효과’를 100% 이상 눈으로 확인한 벤투 감독은 강팀들이 즐비할 토너먼트에서 다양한 공격 전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오는 22일 A‧B‧F조 3위와 16강전을 치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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