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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비리②] 돈이 없나? 그러면 부풀려라

[맨시티 비리②] 돈이 없나? 그러면 부풀려라

  • 기자명 이형주 기자
  • 입력 2018.12.07 08:13
  • 수정 2018.12.0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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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가슴에 선명한 이티하드의 로고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가슴에 선명한 이티하드의 로고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거대 클럽 맨체스터 시티는 왜 "비열한(Dirty) 클럽"으로 불리게 됐을까.

독일 공영 언론 <슈피겔>은 지난 17일 축구 비리 폭로 전문 매체 <풋볼리크스>의 보도를 인용 보도해 맨시티의 비리를 폭로했다. 총 4편으로 이뤄진 이 탐사 보도는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상태다.

매체는 이번 사건의 중심에 놓인 맨시티에 대해 "비열한 속임수를 쓴 클럽"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맨시티는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클럽의 명성을 손상시키려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시도일 뿐이다"라고 반박한 상태이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의 알렉산드르 세페린 회장이 이번 일에 대해 "실체가 있는 사건"이라 언급함에 따라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4일 <가디언> 등 복수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맨시티의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박탈 등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STN스포츠가 맨시티의 비리를 폭로한 슈피겔 및 풋볼리크스의 보도를 재정리한다. 이번 연재물은 모두 양 매체의 보도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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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시즌 맨시티는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무승부만 하더라도 준우승에 그치는 순간이던 시티 팬들은 후반 48분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득점이 나온 뒤 환호했다. 그 순간을 중계하던 <스카이 스포츠>의 캐스터 마틴 테일러의 “아구에----로!!!!!!”라는 음성은 지금도 회자된다. 팬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에게 맨시티의 우승은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일이었다. 맨시티의 규제를 무시하며 하는 투자에 우승은 언젠가 한 번 이뤄질 일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맨시티의 막대한 투자가 항상 공정 경쟁의 원칙을 위배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매체에 따르면 “맨시티는 잉글랜드 북서부의 볼품 없는 클럽(once-mediocre)”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이고 있으며 세계 최정상급 감독 중 한 명인 펩 과르디올라가 그들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매체는 맨시티의 이 성공을 “비열하다”라고 가열차게 비판한다. 더불어 “그들은 축구계 상위 피라미드에 위치하기 위해 속임수를 저질렀다”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맨시티의 성공은 오로지 거짓말 위에 쌓인 것이다”라고 꼬집는다. 

그들의 시각이 편파적이라고 느끼는가. 하지만 그들의 행태를 보면 생각은 달라질 수도 있다.

‘맨체스터 자본주의’라는 말이 있다. 리차드 코헨 등 정치인들에 의해 주도된 산업혁명 시기를 나온 말이다. 기업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제 이 용어를 축구계에도 쓸 수 있게 됐다. 맨체스터 시티 때문이다.

<풋볼리크스>는 맨시티의 한 내부 문서를 발견했다. 이 문서는 맨시티의 감격적인 첫 우승이 3일 전에 작성된 것으로 ‘구단주의 투자 요약’ 문서라 불린다. 

당시는 맨시티의 구단주인 만수르가 클럽을 인수한 지 단 3년 8개월 됐을 뿐이다. 하지만 만수르 家가 이미 클럽에 투자한 돈은 11억 파운드(한화 약 1조 5천 7백억원)를 넘어섰다. 

이 문서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규제를 무시한 그 어마어마한 투자 금액에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아부다비 후원 거래에 대한 보충금’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그릇된 투자 때문이다.

유출된 맨시티 내부 문서를 재구성한 것. 아부다비 후원 거래에 대한 보충금이라는 명목이 눈에 띈다
유출된 맨시티 내부 문서를 재구성한 것. 아부다비 후원 거래에 대한 보충금이라는 명목이 눈에 띈다

재정적 페어 플레이(FFP) 룰. 이 룰은 무분별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도입된 룰이다. 간단하게 '클럽이 버는 만큼의 돈만 쓰게끔 강제하는 룰'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FFP 룰 상에서 클럽이 버는 돈으로 분류되는 돈은 입장권 수입, 중계권 수입, 유니폼 판매 수익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 FFP 룰은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중상위급 클럽의 도약을 위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어찌됐든 맨시티, 파리 생제르망 등 일부 클럽들을 제외하고는 이 룰을 지켜왔다. 특히 맨시티처럼 FFP 룰을 무시한 클럽은 없다. AS 로마 등의 경우 이 룰을 지키기 위해 선수를 매각한 것을 비교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맨시티는 FFP 룰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지 않고 아예 무시해 버렸다. 

그렇다면 맨시티는 이 FFP 룰을 어떻게 위반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스폰서십 수입 부풀리기’다.

각 구단들은 구단 수익을 통해 팀을 운영한다. 만약 클럽 경영의 위기로 수익이 줄어들게 되면 FFP 룰을 준수하기 위해 긴축 재정을 펴야 한다. 하지만 맨시티는 아니다. 돈이 부족하면 구단주의 통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면 된다.

매체는 하나의 예를 소개한다. 2013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경질하던 때다. 맨시티는 만치니 위약금으로 인해 FFP 룰을 어기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체가 입수한 맨시티 내부 이메일 문서에 따르면 맨시티 재무 책임자 호르헤 추미야스는 “만치니의 위약금으로 인해 결손액이 생겼습니다. 아부다비로부터 자금을 더 가져와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썼다. 이렇듯 맨시티 직원들에게는 아부다비의 돈을 쓰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규제 무시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은 없다.

그 뿐인가. 연재 기사 1편에서 소개했던 클럽 홍보역 시몬 피어스는 스폰서십 금액의 지급 일자를 자신의 맘대로 컨트롤했다. FFP 룰은 일정 기간 내의 대차대조표를 통해 감시되는데 이 방법이라면 문서 조작이 가능해진다.

스폰서십 금액 부풀리기도 수 없이 이뤄졌다. 2010년 맨시티는 아바르 인베스트먼트와 매년 1,500만 파운드를 지급 받는 후원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이메일 유출본에 따르면 피어스는 회사 관계자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낸다.

“논의한 것처럼 저희에게 300만 파운드만 지급해주시면 됩니다. 나머지 1,200만 파운드는 저희 전하(Highness)께서 지불해 주실 거예요”라고 전했다. 여기서 전하는 만수르다.

이는 중요성을 갖는 사건이다. UEFA의 FFP 룰 속에서 클럽은 그들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을만큼의 투자를 할 것을 강요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문서를 조작했고 UEFA의 제재 없이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맨시티가 스폰서십이라 말하는 계약의 많은 부분이 이런 자회사 계열이다. 맨시티는 ‘에티하드 스타디움’ 구장 명명 계약, 유니폼 로고 계약 등을 통해 많은 돈을 받는다. 이 ‘에티하드’는 만수르의 이복형제가 경영하는 항공사다.

맨시티의 주요 파트너인 에티살랏은 어떤가. 아부다비의 유력 통신회사다. 아부다비 관광청은 아예 맨시티 곳곳에 광고를 한다. 아부다비의 지분이 상당한 아바르 인베스트먼트 역시 맨시티의 주요 파트너 중 하나다.

과연 맨시티가 공정함과 깨끗함을 논할 수 있는 클럽일까.

연재 ③편에서는 '맨시티가 유령 회사를 설립해 FFP 룰을 무시한 과정'에 대해 다룬다.

만수르
만수르

◇참고 자료 

<슈피겔> - Chapter 1: Bending the Rules to the Tune of Millions

사진=뉴시스/AP, 독일 언론 슈피겔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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