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상완 기자]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26), 수영의 ‘마린보이’ 박태환(27),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22)의 공통점은 한국 최초의 길을 걸은 스포츠 스타들이다. 불모지의 땅에서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동계 설상에서도 또 하나의 한국 최초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설상 스노보드 이상호(21).
이상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까레자 스키장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4위를 차지해 한국 스노보드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1분11초44의 기록으로 예선 4위에 올라 본선에 진출한 이상호는 설상 강자 믹 크리스토프(28) 보르모리니 마우리지오(22·이상 이탈리아)를 연달아 꺾고 4강까지 승승장구했다.
4강에서 세계랭킹 2위인 소볼레프 안드레이(27·러시아)에게 1.62초 차이로 패한 이상호는 이어서 열린 3-4위전에서도 세계랭킹 1위인 얀코프 라도슬라프(26·불가리아)에게 0.22초 차이로 아쉽게 패해 4위로 마쳤다.
이상호가 이룬 4위는 좌절 아닌 쾌거다. 이상호는 지난 2013-2014시즌을 FIS 랭킹 85위로 마쳤다. 코치 1명과 선수 5명의 구성된 대표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내훈련과 전지훈련을 했다. 하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첫 메달 획득을 위해 대한스키협회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졌고, 선진 외국인 코치가 합류하면서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선진 기술을 빠르게 습득한 이상호는 매년 FIS랭킹을 50위(2015) 32위(2016)로 수직상승했다. 올 시즌 랭킹 15위인 이상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사상 첫 월드컵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상헌(41) 대표팀 코치는 “혼자서 선수 5명을 이끌고 훈련을 하고 대회를 참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2014년까지는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며 “체력 트레이너, 외국인 기술 담당 코치, 멘탈 트레이너 등 코치 5명이 구성되고 모두 협력하여 진천선수촌에서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체력훈련 바탕 위에 설상훈련 및 해외 전지훈련이 늘어난 환경에서 선수들을 지도했기 때문에 월드컵 4위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 고향인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에 입문하고 3학년 때 처음으로 메달을 따면서 어느덧 입문 12년차를 맞게 되는 이상호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신감도 한층 향상됐다. 이제 안방인 평창올림픽에서 설상종목 사상 첫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중요한 대목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스노보드계를 대표하는 에이스를 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스노보드 계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날이 이제 420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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