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상완 기자] FC서울은 황선홍(46) 감독 체제하에 본격 궤도에 올랐다. 황 감독은 13일 FA컵 8강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첫 승을 올렸다. 서울 지휘봉을 잡은 뒤 3전4기만이다. 승부차기(4-3)까지 가는 초접전이었다.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는 말로 황 감독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마음 부담 덜게 된 첫 승
황 감독은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속은 새까맣게 탔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결과에 대한 마음은 무거웠다. 최용수(現 장쑤 쑤닝) 전 감독이 올려놓은 리그 1~2위 자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황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성남FC전은 역전패(1-3), 상주상무(1-2패) 울산 현대(0-0무)전까지 3경기 1무2패를 기록했다. 팬들은 반드시 거쳐야하는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질책보다는 황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내심 1승을 바랐고, 이를 황 감독이 모를 리가 없었다. 황 감독의 마음이 짓눌려 갈 때쯤 학수고대하던 첫 승이 나왔다.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정규시간과 연장전도 모자라 승부차기까지 가야했다. 마침내 골키퍼 유상훈이 마지막 키커의 공을 막아냈고, 동시에 황 감독의 고민과 무거운 짐도 날려버리는 계기가 됐다.
◇전임 감독 성과 지속
황 감독의 첫 승과 함께 서울은 3년 연속 FA컵 4강에 진출했다. 앞선 2년은 최용수 전 감독이 이루어낸 성과다.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17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서울은 우승팀 자격으로 4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때문에 황 감독의 심적 부담은 상당했다. 자칫 8강에서 덜미를 잡혔을 경우 비난의 후폭풍이 불 보듯 뻔했다. 리그에서는 불안한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 선두인 전북현대와의 승점 차도 서서히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반드시 이겨야했던 8강전이다. 다행히 이겼고, 조금이나마 전임 감독과의 비교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또한, 최용수 감독이 쌓은 탑을 황 감독이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점이 고무적이다.
◇백3 또는 백4, 계속되는 전술 실험
황 감독은 8강전에서 3-4-3을 택했다. 객관적 전력상 떨어지는 전남의 수비 전술에 대한 대처였다. 하지만 황 감독의 공격 전술은 실패로 끝났다. 상대의 일관적이고 극단적인 수비에 고전했다. 기동력이 필수인 측면 공격은 무뎠다. 발은 느렸고 손쉽게 돌파하기 어려웠다. 황 감독도 어려움을 알았다. 연장전에서는 4-4-2의 포백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주전들의 부상 등으로 중원 자원이 부족해 쉽지 않았다. 황 감독은 “기존 3-5-2 공격 방식은 상대에게 이미 간파했다. 벗어나기 위해 전술 변화를 노리고 있다”며 “하지만 쉽지 않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일”이라며 전술 실험의 당위성을 말했다. 비록 황 감독이 추구하고자, 변화하고자 한 전술은 무위로 끝났지만 자연스러운 실험으로 변화의 개혁이 불고 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기대했던 경기력은 미미했다. 하지만 첫 승과 4강 진출, 전술 실험 등 FA컵 8강전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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