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뉴스] 정철우 기자 = 작년 이맘 때즘 이야기다.
허구연 KBO 총재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야구계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말미 쯤 허 총재가 한숨을 쉬며 이런 말을 했다.
"경찰과 검찰 쪽에서 야구계를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루됐다고 한다. 경찰과 검찰이 어디까지 밝혀낼 것인지, 또 사건이 터지면 팬심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된다."
당시만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처럼 느껴졌다. 야구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도덕적으로 잘 무장이 돼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 총재의 걱정은 곧 현실이 됐다.
LG 이천웅이 도박에 연루돼 구속됐고 장정석 단장의 FA 뒷돈 요구 사건이 뒤를 이었다. 이후 김종국 전 KIA 감독마저 동일 전과로 입건됐다.
잠시 조용해지는 듯 했지만 이번엔 오재원의 마약 사건이 터졌다. 이전과는 경우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대단히 큰 범죄라 할 수 있다. 야구계가 전방위적으로 범법 사건에 연루가 됐음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허 총재의 우려가 어디까지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허 총재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폭 넓게 야구계가 범법 문제로 연루 돼 있다는 사실만 전해 듣고 있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허 총재의 걱정이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추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더 이상은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KBO는 올 시즌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있지만 KBO의 입장은 단호하다. 더 이상 불공정 문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범법 문제가 불거진다는 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 어느 해 보다 공정에 공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시즌에 법을 어긴 프로야구계의 사건이 터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류현진이 복귀하고 10개 구단 전력이 평준화 되며 그 어느 해 보다 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올 시즌이다.
개막전 전 구장 매진은 사실상 확정 된 것이나 다름 없다.
각종 야구 커뮤니티를 비롯, 주부들이 주로 모이는 사이트에서도 프로야구 개막전 티켓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 올라올 정도다.
이런 시기에 대형 악재가 터진다면 프로야구는 또 한 번 휘청일 수 있다.
허 총재의 정보력이 틀리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순항할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 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만 더욱 커질 뿐이다.
STN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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