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뉴스] 이상완 기자 = 지난해 3월 부임한 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주장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축구대표팀은 이달 초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해 15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섰으나 4강에서 떨어져 실패했다. 조별리그와 4강전 등 두 차례나 만났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87위 요르단에게 덜미를 잡혔다.
특히 4강전에서는 유효슈팅 '0개'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가운데, 경기 전날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선수단 내부에서 이른바 '주먹질 사태'가 있었음이 드러나 축구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후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론과 비상식적 대표팀 협회 운영으로 도마에 오른 정 회장과 임원진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셌다.
선수들이 앞장서 비난 총알을 한몸에 받고 이쓴 동안 두문불출하던 정 회장은 결국 지난 16일 직접 취재진 앞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앞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이유로 전격 경질했다.
협회는 비난 여론 수위가 상상초월 높아지자 부랴부랴 뒤늦게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협회의 '감싸기 태도'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았다. 그 중 정 회장이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정 회장은 의혹에 대해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독일 탐사보도 매체 '슈피겔'과 인터뷰한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 달라 의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해당 매체에서 "2017년 정몽규 회장과 처음 만난 이후 FIFA 카타르 월드컵 8강, 준결승 경기장 VIP 구역에서 다시 만났다"고 회상했다.
당시 협회는 16강 진출을 이뤄낸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한 직후였다. 한국 축구 사정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 클린스만 감독은 "월드컵에서 정 회장과 만나 인사한 뒤 '감독 찾고 있냐'고 물었다"고 했다. 정 회장의 반응에 대해 "그랬더니 정 회장은 '진심이냐'고 되물었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농담조로 얘기했는데 정 회장이 진지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날 우리는 한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고, 내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 그냥 말한거니 혹시 관심이 있으면 연락 달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 통화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클린스만 감독은 "농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FIFA 기술 연구그룹(TSG) 일월으로 월드컵에 참여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정 회장과 굉장히 두터운 친분과 신뢰과 형성되어 있는 듯 보인다. '슈피겔'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정 회장의 사무실(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역에 있는데, (내) 숙소(호텔)와 5분 거리"라며 민원이 생길 때마다 정 회장에게 메시지 등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 회장은 경질 발표 자리에서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이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 벤투 감독의 경우에도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답을 안 하고 3순위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할 때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고 최종으로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5명으로 정했다. 이후 인터뷰를 했고 우선순위 1, 2위를 2차 면접했고 클린스만 감독으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감독 선임 과정 절차에 있어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 등 시기적으로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파장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STN뉴스=이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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