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뉴스] 이형주 기자 = 사실 코미디에 가깝다.
아시안컵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한국은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을 보유한 선수단을 자랑했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그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졸전을 거듭했다.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기는 등 졸전을 계속하던 클린스만호는 상대적 약체라고 평가받았던 요르단에 유효슛 하나 없이 완패했다.
여기에 대회 전부터 나왔던 외유 논란에 귀국 인터뷰에서 직업의식 결여도 보여주면서 축구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다. 이 사태는 클린스만 선임에 관여하며, 이를 만든 정몽규 회장이 결자해지해야 하지만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책임감 없는 태도로 축구 팬들의 분노를 돋우고 있다.
사실 이번 대회에 앞서 정몽규 회장은 사임이든, 퇴진이든 어떤 식으로든 회장직을 내려놨어야 하는 인물이다. 많은 실책들 가운데 다른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승부조작범 사면 시도라는 일은 용서받을 수 없다.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의 중추였던 김판곤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국가대표선임위원장에 있고, 홍명보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대한축구협회를 떠난 뒤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
그 가운데 2023년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축구인들을 기습 사면 시도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철회하기는 했지만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를 망가뜨리는 범죄를 저지른 인물들을 독단적으로 사면 시도한 것이다. 이는 스포츠계에서 퇴출돼야 하는 행동이다. 승부조작범들 외에도 어떤 목적으로 그 외의 인물들을 사면 시도했는지 밝혀지지 않았고 이 역시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 사태를 저지르고도 정몽규 회장은 뻔뻔하게 자리를 유지했다. 이번 아시안컵 참사는 그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분노한 축구 팬들의 여론에 부랴부랴 사태 수습을 하는 척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3일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아시안컵 리뷰와 자유토론을 했다”라고 밝혔고, 오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대표팀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웃긴 것은 13일 임원진 회의와 15일 전력강화위원회에 승부조작범 사면 시도를 묵인했던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2023년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승부조작범 사면 시도로 논란이 된 뒤 29명의 회장, 부회장, 이사진 중 정몽규 회장을 뺀 28명이 일괄사퇴했다. 이 안에는 이영표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한 달 후 이사진을 재정비하면서 최영일, 이석재 당시 부회장, 정해성, 마이클 뮐러, 이임생, 서동원 당시 위원장, 조연상 당시 이사를 유임시켰다.
연속성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둘러댔지만, 정몽규 회장의 유임만큼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조연상 이사가 승부조작범 사면에 정의롭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것 외에는 다른 인물들은 정몽규 회장의 참담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막지 못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당시 인물들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13일 임원 회의와 15일 전력강화위원회에 포함된 인물들도 있다. 승부조작범 사면 시도를 한 회장 하에서 나타난 병폐에 대해 논의하는데 당시 용납될 수 없는 사태를 묵인했던 인물들이 있다. 사실 코미디다.
묵인에 대한 비판을 하기에 앞서 그들이 클린스만 체제, 또 이를 만든 정몽규 체제를 비판할 수나 있을까. 또 비판한다고 하더라도 자리가 유지됐던 정몽규 회장은 이를 신경이나 쓸까.
이 문제의 중심인 정몽규 회장이 경질을 만들 수 있는 자리는 없다. 최근에는 선수단 불화설까지 커지면서 정몽규 회장과 관련한 문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고 있다. 힘든 상황이다.
STN뉴스=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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