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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인터뷰] 윤여정의 쓴소리 "영화 한 편에 돈 너무 많이 쓰지 않아요?"

[st&인터뷰] 윤여정의 쓴소리 "영화 한 편에 돈 너무 많이 쓰지 않아요?"

  • 기자명 송서라 기자
  • 입력 2024.02.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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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 사진┃CJ ENM 제공
배우 윤여정. 사진┃CJ ENM 제공

 

[STN뉴스] 송서라 기자 = 그간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살아 있었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번에 맡은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상식적이고 상투적인 역할"이라고 답했다. 목표가 있냐는 말엔 "없다"고 잘라 말했고, 후배 배우들에게 연기 조언을 해준다면 뭐라고 하겠느냐는 얘기엔 "난 연기 학원 선생이 아니다"고 말하며 웃었다.

특유의 직설 화법, 흔치 않은 유머 감각, 농담을 던질 때와 속마음을 꺼내 보여야 할 때를 구분하는 센스까지. 윤여정(77)은 여전히 윤여정이었다. 그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 하는 건 2018년 '그것만이 내 세상' 이후 6년만이고, 한국영화로 복귀한 건 2020년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후 4년만이었다. 그 사이 자칭 노(老)배우는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그래도 윤여정은 전혀 변하지 않은 듯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에서 상을 받은 뒤 자신을 추어올리는 주변 상황에 관해 쓴소리부터 시작했다.

"상 받은 뒤에 제 나이에 비해서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어요. 제가 주인공인 그런 작품들이죠. 근데 씁쓸하더라고요. 그 상을 탔다고 날 주인공으로 이렇게 등급을 높여주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난 여기 그냥 쭉 있었잖아요. 사람이 참 간사하다 싶었습니다. 전 딴 거 없어요. '난 나대로 살리라'하는 거죠."

윤여정을 다시 한국영화로 복귀시킨 작품은 신예 김덕민 감독의 데뷔작 '도그데이즈'다. 이 작품은 개 세 마리와 엮인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윤여정이 오스카 수상 이후 어떤 한국영화를 선택할지 궁금해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선택은 신인 감독의 영화, 중소 규모의 영화, 출연 비중이 크지 않은 영화였다.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 때문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 나이를 먹으면 너무 하고 싶고 너무 좋고 그런 게 없어요. 전 출연 결정을 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어요. 사람을 보든지, 시나리오를 보든지, 돈을 보는 거죠. 이번엔 김 감독을 본 거예요. 김 감독이 조연출이었던 영화에 제가 출연했어요. 김 감독도 당시엔 노바디(nobody)였고, 나도 노바디였죠. 우리가 그때 참 대접을 못 받았는데, 그런 경험 덕분에 전우애 같은 게 생겨서 덕민이가 입봉하면 내가 해주겠다고 다짐했었거든요."

보통 배우 인터뷰에선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에 관한 얘기를 주고 받고, 그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에 관한 대화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윤여정 인터뷰는 어른의 혜안(慧眼)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 같았다. 윤여정은 대답할 수 있는 건 성심성의껏 대답했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모른다"고 솔직하게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을 '좋은 어른'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난 좋은 어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그가 했던 말은 결국 두 가지 단어로 요약됐다. 디그니티(dignity)와 성실함. 윤여정은 자신에게 디그니티란 어쩌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했고, 자신은 "보기완 달리 매우 성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여러 주제를 거쳐 윤여정이 출연 중인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로 흘러갔다. 그는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선자'라는 사람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전 이 여자의 디그니티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디그니티를 우리 말로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위엄이라는 말은 조금 과하고, 내 느낌엔 자존감이라는 말이 가장 가까운 것 같아요. 아무튼 그 디그니티라는 건 잘살고 못살고와는 상관 없죠. 무식과 유식과도 상관 없어요. 장사하는 분들을 비하하는 건 아닙니다만 시장에서 김치 장사를 하더라도(선자는 김치 장사를 한다) 자존감이 있다는 거죠. 그 자존감은 내 일에 부끄러움이 없고, 내가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자부심과 성실함에서 나오죠. 디그니티는 정말 중요한 거예요."

윤여정이 말한 선자의 디그니티에 관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윤여정의 디그니티에 관한 얘기로 옮겨 갔다. "제 디그니티요…제일 중요한 거죠. 때로 친절한 것과 비굴한 것이 같이 갈 때가 있어요. 전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전 친절한 사람은 아니지만 비굴하고 싶지는 않아요. 가령 어떤 감독에게 잘 보여서 선택 받는다? 그건 아니죠. 내가 잘해서 뽑혀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내 정신이에요. 나는 나라는 겁니다. 나는 내가 돼야죠. 이런 내 정신을 그 여자(선자)에게 넣고 싶었어요. 내가 그런 말을 하니까 제작진이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잘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배우 윤여정. 사진┃CJ ENM 제공
배우 윤여정. 사진┃CJ ENM 제공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이후 윤여정의 활동 반경은 사실상 전 세계로 확장됐다. 지난해에도 6월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파친코' 시즌2를 찍었다. 그는 "이 나이에 미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며 "6월 이후엔 작정하고 쉬다가 그래도 영화 홍보를 해야 하니까 이렇게 나와 앉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도 그는 10년 넘게 꾸준히 운동하고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선 경로 우대를 안 해주잖아요."

"제가 65살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트레이너랑 일주일에 두 세 번 빠지지 않고 해요. 보기완 달리 제가 정말 성실합니다. 솔직히 전 성실하지 않은 꼴을 못 봐요. 배우는 육체 노동하는 사람이거든요."

타고난 배우 같은데 성실함을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다고 말하자 이번엔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전 제가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긴 해요. 같이 작업해보면 알거든요. 전 제가 타고난 게 없다는 걸 일찍 깨달았어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죠. 제가 지금도 열심히 연습하고, 대사 외우는 건 다 그래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타고난 건 없어질 수도 있어요. 유지하려면 연습해야죠. 그런 명언 있잖아요. '브로드웨이는 어떻게 가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프랙티스(practice)'라고. 맞는 말이에요.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도 죽었다 깨어나도 하루에 서너 시간 씩 무조건 연습하잖아요."

'파친코' 시즌2에서 윤여정의 대사는 70~80%가 일본어였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에서 3개월 간 툭 치면 대사가 줄줄 나오도록 쓰고 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는 일본어 연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윤여정은 이제 연기가 일상이라고 했다. 일상을 못 살게 되면 죽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무대에서 죽고 싶다' 같은 말은 너무 거창해서 못하겠지만, 자신은 그저 일상을 살다가 죽는 게 제일 행복한 죽음이라고 말했다. 결국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말 같았다.

윤여정에게 한국영화가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좋은 대답은 못할 것 같긴 한데…요새 영화 한 편에 돈을 너무 많이 쓰지 않아요? 몇백억짜리 영화들이 있는데, 그 돈을 다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겠고 나 같이 늙고 보수적인 사람한테는 잘 와닿지가 않아요. 작은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글=뉴시스 제공

STN뉴스=송서라 기자

stopsong@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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