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의 2루 슬라이딩은 정당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팀 오지환이 부상을 입었고, 충분히 감정이 상할 만 했다. LG는 보복성 빈볼을 던졌다. 야구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한화가 과연 일방적인 피해자인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건의 발단은 6회 말, 정근우의 슬라이딩이었다. 1사 1, 3루, 김태균이 2루 땅볼을 치자 병살을 막기 위해 깊게 슬라이딩했다. 프로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레이다. 이 정도 슬라이딩도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미 슬라이딩은 정당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문제는 유격수 오지환이 다쳤다는 데에 있다. 정당한 플레이라고 도의적인 책임마저 면제받을 수는 없다. 슬라이딩으로 인해 오지환은 스타킹이 찢어졌고, 찰과상을 입었다. 상대 선수가 다쳤는데도 정당한 플레이였으니 떳떳하다는 정근우의 태도가 LG 선수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동업자 정신’은 여기서부터 필요했다.
정근우 본인 또한 LG 선수들이 느꼈을 감정을 모를 리 없다. 6회 말 1사 3루, 자신의 타석에서 몸에 공을 맞았다. 풀카운트였고, 고의로 몸에 맞는 공을 던졌을 리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루로 걸어 나가면서 투수 정찬헌에게 눈을 떼지 않았고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몸에 맞는 공에 사과를 요구한 정근우나, 깊은 슬라이딩에 사과를 요구한 LG 선수들이나 마음은 똑같다. 그럼에도 정근우가 사과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정찬헌이나 정근우 한명이라도 당시에 미안한 표정을 살짝이라도 보였다면 벤치클리어링까지 일어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정근우의 반응은 “너희들이 먼저 잘못했지 않느냐”는 식의 도발에 가까웠다.
게다가 오지환의 부상이 크지는 않을지라도 눈에 너무나도 확연히 보였다. 스타킹이 찢어졌다면 스파이크에 긁혔다는 이야기다. 이를 보고도 가만있는 동료들로 구성된 팀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8회, 사단이 벌어졌다. 물론 한번씩 주고 받았다 치고 멈췄어야 했다. 최근 연패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쇄신해보고자 했던 의도도 포함됐을 것이다.
[사진. 인터넷커뮤니티 캡쳐]
한동훈 기자 / dhhan@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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