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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우승 못해도 관중 1위는 놓쳐선 안돼" 日 여자축구 고베 아이낙의 인기 비결은?

"리그 우승 못해도 관중 1위는 놓쳐선 안돼" 日 여자축구 고베 아이낙의 인기 비결은?

  • 기자명 윤승재 기자
  • 입력 2019.03.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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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고베 아이낙의 홈 개막전. 이날 경기장에는 3,683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지난 21일 고베 아이낙의 홈 개막전. 이날 경기장에는 3,683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STN스포츠(고베)=윤승재 기자]

“리그 우승은 못해도 관중동원 1위는 뺏길 수 없다, 직원들끼리 그런 각오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죠.”

지난 21일 일본 고베의 노에비르스타디움. 이민아의 소속팀 고베 아이낙의 일본 여자 실업축구 나데시코리그 홈 개막전을 맞아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많은 수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비가 오락가락한 흐린 날씨에도 팬들은 각종 응원도구와 먹거리, 우산 한 개 씩을 들고 경기장 개장 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경기장에 들어선 관중은 총 3,683명. 이날 열린 나데시코리그 개막전 5경기 중 가장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2019시즌 개막전 5경기 평균 관중 수는 1,871명으로, 고베 아이낙은 이보다 약 2배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 니가타 알비렉스 레이디스의 홈경기에 가장 적은 980명이 들어온 것을 감안한다면 고베 아이낙이 평균 수치를 확 올려놨다. 

하지만 고베 아이낙 관계자의 표정은 어두웠다. 관계자는 “개막전이지만 날씨를 고려해 4~5천 명이 들어올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적어 아쉬울 따름이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원정팀이 대학팀(일본대학FIELDS 요코하마)이라 원정팬 동원이 많이 없었던 것도 컸다. 그러나 고베 아이낙은 다른 4개의 홈 팀보다 월등히 많은 관중들을 동원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고베 아이낙은 사장부터 선수들까지 모두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호흡하는 데 힘쓴다. 구단과 선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고베 아이낙은 사장부터 선수들까지 모두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호흡하는 데 힘쓴다. 구단과 선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 사장부터 선수까지 홍보 투입, 지난 시즌 관중수 1위 차지한 고베 아이낙의 홍보 전략

고베 아이낙은 지난 시즌 나데시코리그 홈 구장 평균 관중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아이낙이 끌어들인 관중 수는 총 22,953명으로, 9경기 평균 2,550명을 동원했다. 이중 우승을 다투던 일본TV베레자와의 9라운드 경기에는 4,199명이 홈구장을 찾기도 했고, 최종전인 세레소 오사카전에는 4,712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리그 경기가 아닌 왕후배 컵 경기 결승전에서는 홈구장은 아니지만 총 6,853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일본 여자축구의 뜨거운 열기를 가늠케 하기도 했다. 

유료 티켓인 것을 감안한다면 더 대단한 열기다. 고베 아이낙의 홈구장을 기준으로 리그 좌석 가격은 성인 기준 1,500엔~3,000엔(약 15,000~30,000원)이다. 가장 비싼 좌석은 선수들의 경기장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로얄석으로 3,000엔이고, 일반석은 당일 구매 기준으로 홈 응원석은 2,000엔, 중앙 자유석은 1,500엔이다. 

이처럼 만 원 이상의 입장료를 내는 데도 불구하고, 고베 아이낙 경기에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빠른 패스플레이의 섬세한 일본 여자축구만의 매력도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있지만, 그 뒤에는 구단 관계자들의 피나는 홍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베 아이낙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리그 우승은 못해도, 관중동원 1위 자리를 뺏기면 사표를 써야 한다’라고 말한다. 농담이지만 그만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베 해안선 하버랜드역에 있는 이민아 입간판
고베 해안선 하버랜드역에 있는 이민아 입간판

고베 아이낙은 사장부터 시작해서 선수들까지 구단 홍보에 나선다. 우선, 휴일 중 특정한 날을 잡아 사장과 선수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 구단을 홍보한다. 직접 경기 안내 포스터를 나눠주기도 하고 간단한 게임과 함께 구단 선물을 증정하는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선수들이 시민들과 좀 더 가까이서 호흡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게 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단은 구단 스폰서를 홍보하는 이벤트도 함께 참여해 스폰서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 상점과 연계해 구단 포스터를 붙여놓고 홍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고베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고베 아이낙 홍보 포스터에 놀랄 수도 있다. 지하철역은 물론 특히 고베 지역 상점 현관문에 J1리그 빗셀 고베와 고베 아이낙 홍보 포스터가 함께 걸려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엔 지하철역에 선수들의 입간판과 홍보 포스터를 설치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참고로 이민아의 선수 입간판은 가이간(해안)선 하버랜드역에서 볼 수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홍보 활동도 활발하다. 구단 공식 SNS는 웬만한 남자 프로 스포츠팀 만큼의 게시물이 하루 만에 쏟아져 나온다. 경기 안내와 속보는 물론 각종 이벤트, 선수들 근황, 지역지 소식 등 내용도 다양하다. 또 유튜브를 통해 구단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은 물론, 방송 중계가 없는 날에는 자체 생중계를 진행하기도 한다. 고베 아이낙은 이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난해 리그 평균 관중수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 이 기세를 올시즌 개막전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 빗셀 고베와 함께 쓰는 개폐형 돔구장, 좋은 시설에 작은 축제까지

아이낙의 홈 구장인 노에비르스타디움은 개폐형 돔구장이다. 우천시 지붕을 닫아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잔디도 하이브리드 잔디로 상태가 매우 좋다. 고베 아이낙 선수들은 남자 축구와 같은 환경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고, 팬들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홈경기 당일의 홈구장의 모습은 작은 축제나 다름없다. 빗셀 고베와 홈구장을 같이 쓰는 고베 아이낙은 경기 당일, 빗셀 고베 간판 위에 아이낙 관련 홍보물로 도배해 완벽하게 ‘아이낙’ 만의 구장으로 변모한다. 광장에는 고베 아이낙의 깃발과 다양한 푸드트럭이 줄을 서서 관중들을 끌어 모은다. 

홈 구장 근처 부동산의 현관문. 빗셀 고베 홍보 포스터와 함께 아이낙 포스터도 함께 붙어 있다. 고베시 곳곳에서 이 포스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홈 구장 근처 부동산의 현관문. 빗셀 고베 홍보 포스터와 함께 아이낙 포스터도 함께 붙어 있다. 고베시 곳곳에서 이 포스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때 홈구장 메인게이트에서도 소소한 홍보 이벤트가 진행된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직접 나와 이벤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역시 선수들과 관중들이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단의 조치다. 

자유석 뒤편 가판대에서는 구단 상품을 판매한다. 다양한 응원 도구와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져 있는 타월, 구단 티셔츠 등을 판매한다. 유니폼은 재고 등의 이유로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다만 홈구장임에도 정식 판매 부스가 아닌 가판대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모습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 프로 스포츠와 큰 차이 없는 아이낙의 마케팅, WK리그로 옮긴다면

사실 많은 관중 수에 감탄하긴 했지만, 시설과 리그 규모를 제외하고는 홍보와 마케팅 면에서는 한국의 프로 스포츠와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 SNS를 활용하고 지역과 연계해 진행하는 홍보는 여타 프로 구단이나 소수의 중소 규모 세미프로 팀들이 하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WK리그로 시선을 옮긴다면 다소 아쉽다. 현재 WK리그 경기는 입장료가 무료임에도 1,000명의 관중을 모으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보은상무가 지난해 네 차례 천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며 14경기 평균 756명을 기록했지만 다른 팀들은 평균 관중수가 5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홍보 및 마케팅 면에서 아쉬운 것도 있지만, 리그와 구단 규모 상 그럴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낙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져있는 굿즈들
아이낙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져있는 굿즈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담은 고스란히 선수에게로 돌아간다.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이 곧 여자축구에 대한 홍보와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선수들이 모든 부담감을 짊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이민아는 인터뷰마다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책임감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한다. 때문에 이민아는 현재 체력 저하와 부상에도 책임감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민아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와 같은 고민을 짊어지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프랑스 여자월드컵이 열린다.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축구협회도 4년 만의 국내 A매치를 주선하는 등 열기를 고조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열기가 고스란히 한국 여자축구의 근간인 WK리그로 이어질지는 다소 의문이다. 선수들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리그와 구단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지난해 WK리그에서 일본리그로 이적한 이민아는 일본의 관중 동원력에 굉장히 부러워하며, WK리그도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희 구단(고베 아이낙)은 팬들이 선수들 운동하는 모습 볼 수 있게 공개 훈련도 하고, 프런트 쪽에서도 SNS를 통해 열심히 홍보를 하려고 해요. 또 지역 행사를 통해서 팬들과 더 가까워지는 노력도 하고 있구요. (WK리그가 이런 부분을 많이 배워야겠네요.) 배운다기 보다 저희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팬 분들과 더 가까워지고 좋을 것 같아요.”

지난 1월 1일 열린 왕후배 결승전 전경. 이날 경기장엔 6,853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지난 1월 1일 열린 왕후배 결승전 전경. 이날 경기장엔 6,853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사진(고베)=윤승재 기자, 고베아이낙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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