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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쏟은 이민아의 당부, “이성천 감독님을 기억해주세요”

눈물 쏟은 이민아의 당부, “이성천 감독님을 기억해주세요”

  • 기자명 윤승재 기자
  • 입력 2019.03.26 06:47
  • 수정 2019.04.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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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성천 포항여전고 감독
故 이성천 포항여전고 감독

[STN스포츠(고베)=윤승재 기자]

“기자님, 부탁이 있는데요...”

근황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던 기자를 이민아가 불러 세웠다. 그리고 이민아는 오랫동안 뜸을 들이더니 이내 기자에게 “남자 축구 감독님이 돌아가시면 기사가 많이 떠서 그 분 업적에 대해 많이 다뤄주시는데..”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이성천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이하 포항여전고) 감독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故 이성천 감독은 이민아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로, 이민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쏟아 부었던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포항 여자축구의 아버지라 평가받고 있는 감독이다. 2000년 포항 항도여중에 여자축구부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창단한지 갓 2년 된 포항여전고 축구부 감독을 맡아 여자고교축구의 명문팀으로 발돋움 시켰다. 

이 감독의 지휘 하에 포항여전고는 15년 동안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7년과 2010년 여왕기, 2008, 2009년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에는 전국체전과 추계연맹전, 전국선수권 우승 등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포항여전고는 2018년 제99회 전국체전에서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등 강호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또한 이 감독은 유망주를 육성하는 데도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이 감독은 이민아 뿐만 아니라 2010년 U-17 여자월드컵 우승 주역인 김아름, 김민아, 오다혜 등을 키워냈고, 2016년에는 제자 최예슬을 일본의 고베 아이낙에 입단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민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故 이성천 감독과 이민아를 함께 아는 한 지인은 “이 감독이 이민아를 정말 예뻐했다. 물론 혼내기도 엄청 혼냈지만 관심이 각별했다. 언젠가는 이민아가 머리 묶고 가방 멘 모습이 그렇게 기뻤다면서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라며 그를 회상했다. 

故 이성천 감독
故 이성천 감독

하지만 이 감독은 지난 18일 새벽,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과거 간암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던 이 감독은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돼 결국 향년 5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성천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민아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겨울 소속팀과 대표팀의 바쁜 일정 탓에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모양. 다행히 일본 리그 개막 전에 병상에 누워있는 이 감독을 찾아뵐 수 있었지만, 그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이민아는 “선생님이 그 때 말씀을 하지 못하는 상태셨다. 그런데 제가 ‘월드컵 잘하고 오겠다’고 얘기를 하는 순간 소리내면서 웃으셨다. 그래서 ‘아, 조금 호전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에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이민아는 예기치 못한 은사의 비보까지 들으며 심적으로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과 같이 의젓한 모습으로 소속팀 일정을 소화했다. 이민아의 상태를 잘 아는 고베 아이낙 관계자는 “이민아가 소식을 듣고 굉장히 힘들어했다. 오늘 아침에도 얼굴이 팅팅 부은 상태로 경기장에 나왔다. 그래서 감독한테 ‘민아가 많이 힘들 거다’라고 얘기했더니 감독도 놀래면서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아 몰랐다고 하더라. 그만큼 내색을 잘 안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민아는 “사실 1년 넘게 일본에서 뛰면서 심적으로 힘들고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감독님을 생각하면서 ‘월드컵 준비를 잘해야겠다, 월드컵 끝나고 다시 찾아 봬야겠다’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제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민아는 이내 눈물을 닦고 다시 의젓한 자세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월드컵에서 꼭 잘해야겠다”라고 되뇌었다. 이어 그는 기자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성천 감독님을 꼭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한 그는 흘렸던 눈물을 닦았다. 
 

사진=KFA

영상(고베)=윤승재 기자

unigun89@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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