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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펜싱 '호랑이 감독'의 신념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휠체어펜싱 '호랑이 감독'의 신념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 기자명 윤승재 기자
  • 입력 2018.12.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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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 휠체어펜싱 국가대표팀 감독 ⓒSTN스포츠
박인수 휠체어펜싱 국가대표팀 감독 ⓒSTN스포츠

[STN스포츠(이천)=윤승재 기자]

“덤벼, 덤벼! 벌써 지쳤어? 빨리 다시 앉아!”

박인수 감독의 호통 소리에 선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기합 소리를 질렀다. 자세를 곧추 세운 선수는 이내 검을 휘두르며 다시 감독의 검에 맞섰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격렬한 소리가 서른 번쯤 오갈 무렵, 선수는 다시 헉헉대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나 감독은 가차 없었다. 다시 “덤벼, 빨리 덤벼!”라고 버럭 호통을 쳤다.

지켜보던 인도네시아 휠체어펜싱 감독도 “훈련이 만만치 않은데?(Too tough)”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선수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대여섯 번의 수분 보충 시간. 하지만 그것도 한 번에 1분 남짓이었을 뿐, 선수는 감독의 호통에 다시 휠체어에 올라 검을 들었다. 

1시간 10분의 맹훈련이 끝나자 호구를 벗은 신창식(충북)은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숨을 헐떡이던 그는 이내 정수기 앞으로 이동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지만 숨만 헐떡였지 ‘지친’ 기색은 없었다. 신창식은 “매일 이렇게 훈련을 해 익숙하다”며 미소를 띄운 뒤, 제대로 쉬지도 않고 그대로 후배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코칭하는 데 주력했다.

박인수 감독의 스파르타 훈련에 녹초가 돼가고 있는 신창식 선수. 강도 높은 훈련에 물병을 든 손이 떨릴 정도다. ⓒSTN스포츠
박인수 감독의 스파르타 훈련에 녹초가 돼가고 있는 신창식 선수. 강도 높은 훈련에 물병을 든 손이 떨릴 정도다. ⓒSTN스포츠

그사이 감독의 타겟은 다른 선수로 바뀌어 있었다. 이번엔 인도네시아에서 온 여자 선수다. 검 종류도 바뀌었다. 방금까지 신창식과 플레뢰 훈련을 진행했던 감독은 여자 선수의 주종목에 맞게 사브르로 바꿔 훈련을 진행했다.

여자 선수, 외국인 선수도 예외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무너지면 가차 없이 호통이 이어졌다. (그래도 호통의 강도는 신창식 선수에게 했던 것보다는 작았다.) 감독을 상대하는 선수들의 검 속도는 눈에 띌 정도로 서서히 느려지는 것이 보였지만, 두 시간 이상 이들을 상대한 감독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버럭 호통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1분 남짓의 휴식 시간에도 매의 눈을 가동, 다른 선수들의 훈련 상태를 살피면서 원격 호통을 지르기까지 한다. 

박인수 감독은 ‘훈련 강도가 너무 센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허허 웃으며 “당연한 거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그는 “‘땀 흘릴 만큼 보상은 꼭 온다’가 내 신념이다. 선수라면 당연히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 거고, 나도 그렇게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 박인수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강행군에 쉴 틈이 없다. 지난 10월에 열린 아시안게임 직후, 선수들은 실업팀 혹은 지역팀 선수로서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후 다시 이천훈련원으로 모인 국가대표팀은 인도네시아와의 일주일간의 합동 훈련을 소화 후 10일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펜싱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길에 오른다. 

인도네시아 선수와의 1대1 훈련을 마친 박인수 감독. 얼굴 전체가 땀으로 뒤범벅이 돼있다. ⓒSTN스포츠
인도네시아 선수와의 1대1 훈련을 마친 박인수 감독. 얼굴 전체가 땀으로 뒤범벅이 돼있다. ⓒSTN스포츠

이러한 강행군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훈련과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이 필수다. 이를 위해 박인수 감독은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악역을 자처하며 채찍질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 이후 선수들의 피로가 많이 누적됐다. 하지만 대회까지 시간이 없다.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선수들만큼이나 감독도 땀을 많이 흘린다. 고정된 휠체어에 앉아 검을 휘두르는 건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도 마찬가지기 때문.. 그것도 두 선수를 상대했으니 두 배 더 검을 휘둘렀고, 두 배가 더 많은 땀을 흘린 셈이다. 여기에 박 감독은 훈련장 밖에서는 적절한 농담과 장난으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데 앞장서고 있다. 휠체어펜싱 대표팀은 박 감독의 이러한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박 감독은 “여러번 강조하지만 땀을 흘린만큼 본인에게 보답이 온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이천)=STN스포츠 DB

unigun89@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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