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자카르타)=윤승재 기자]
값진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시상식에 선 그는 펑펑 울었다.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오른손에 얼굴을 파묻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장애인 수영 조원상(26․경기도)은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GBK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예선에서 14명 중 1위의 기록(1분59초79)으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결승에서 체력 문제를 보이며 아쉽게 2위에 올랐다. 조원상은 1분59초40의 기록으로 탕웨이록(16·홍콩·1분57초02)에 이어 두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직후 그는 옆 레인의 탕웨이록에게 악수를 청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몇 마디를 이어가고는 곧 그의 손을 번쩍 들고 그의 우승을 함께 축하했다.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사실 탕웨이록은 조원상이 홍콩에 있을 때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키워온 선수. 동료이자 조원상의 등을 바라보며 커 온 ‘제자’나 다름없는 선수다. 조원상은 “탕웨이록과 10살 정도 차이가 난다. 그와 함께 훈련하면서 ‘대회에서 자신이 1등하고 형이 2등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는데 오늘 진짜 그렇게 됐다. 아쉬운 것보다도 그의 성장이 더 기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메달의 아쉬움도 컸을 터. 조원상은 시상대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펑펑 울었다. 그에게 시상식 눈물에 대해 묻자, 그가 다시 한 번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조원상은 “(그리워하는 사람의) 사진이 생각나 울었다. 어렸을 때 이것(수영)밖에 잘하는 게 없어 아끼던 사람을 포기했다. 이후 그 사람의 사진만 보면서 열심히 했는데, 시상식에서 생각나 울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그는 "더 열심히 해서 (그에게) 멋지게 찾아가고 싶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잠시 숨을 고른 조원상은 다시 의젓한 모습으로 돌아와 남은 대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조원상에게는 아직 주력 종목인 200m 혼영이 남아있다. 2014 인천 대회에서 그를 시상대 가장 위에 올려다 준 종목이다. 조원상은 “남은 대회도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대표팀 선수들 모두를 잘 지켜봐 달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자카르타)=윤승재 기자, ST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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