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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르포] 한국도로공사가 장애인 배구人과 화합‧소통하는 법

[ST&르포] 한국도로공사가 장애인 배구人과 화합‧소통하는 법

  • 기자명 이상완 기자
  • 입력 2017.07.07 01:21
  • 수정 2017.07.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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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로공사와 장애인 좌식배구 천안시청 팀이 친선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

[STN스포츠(김천)=이상완 기자]

“시간을 내준 한국도로공사 구단과 선수들에게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4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은 프로배구 V리그 정규시즌만큼이나 뜨거웠다. 소규모 응원단의 응원소리는 대규모 응원 소리와 맞먹었다. 손뼉소리에 막대 응원이 더해져 정규 시합에서나 들을 법한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밋밋한 텅 빈 공간은 선수들 간의 화합과 우정의 온기로 채워졌다. 특별할 법도 아닌데 특별했던 코트는 여자프로배구단 한국도로공사와 장애인 좌식배구 실업팀 천안시청 간의 소통과 화합의 창구로 변해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도로공사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이 장애인 좌식배구를 체험하고 그들의 배구 열정을 몸소 느껴보라는 취지로 개최했다”고 했다. 도로공사의 초청을 받은 천안시청은 국내 유일 좌식배구 실업팀이다. 프로배구가 인기급상인 반면, 비장애인 배구인들 사이에서 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은 좌식배구는 하지 장애인들이 앉아서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변형시킨 스포츠다. 네트가 낮고 코트 크기가 작을 뿐 룰은 비장애인 배구(입식배구) 규칙과 동일하다. 국내에는 장애인 배구단이 총 17개 팀이 존재한다. 팀을 1‧2부로 나뉘어 대회가 치러질 정도로 대표적인 장애인스포츠다.

이날 경기가 예정된 시간은 오후 3시. 앞서 천안시청 선수들은 좌식배구 코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한쪽에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진지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정식 시합에서 느끼는 부담감, 긴장감이 아닌 특별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평소 프로배구선수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즉석 만남은 물론 함께 공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까지 입식배구를 하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천안시청의 주장 박연재는 “천안 연고로 같이 있는 현대캐피탈배구단과는 매년 친선경기를 해왔는데 여자프로배구단과의 경기는 우리도 처음”이라며 “박정아 선수를 좋아해서 보고 싶었는데 오늘 볼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떨리고 재밌을 것 같다”고 눈빛이 스타 연예인을 기다리는 팬처럼 반짝였다.

▲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몸을 풀고 있는 모습
▲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몸을 풀고 있는 모습

선수들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사이 김혜영 천안시청 감독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친선경기 그 이상에 버금가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언제 또 여자프로배구단이랑 시합을 해보겠느냐. 현대캐피탈과도 연습경기를 해왔는데 확실히 프로팀과 경기를 하고 나면 선수들 스스로 자긍심도 높아지고 책임감도 좋아진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준 도로공사 구단과 김종민 감독님, 선수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감개무량했다. 도로공사와 천안시청의 연결고리는 도로공사 세터 이효희의 역할이 컸다. 이효희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혜영 감독의 부탁으로 지난 4월 천안시청의 일일코치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효희는 열정적으로 선수들과 1대1로 기술을 전수하며 친분을 다졌던 것이 계기가 됐다.

천안시청 선수들이 작전을 구사하는 동안 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는 지역 장애인 100여명도 초청돼 응원도구와 플랜카드로 응원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응원단 자리가 하나 둘 채워질 때 쯤 도로공사 선수들이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좌식배구와 입식배구의 첫 맞선자리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도로공사 선수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면 천안시청 선수들도 수줍게 큰 손을 건넸다. 김종민 감독도 천안시청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양 팀 감독이 경기 방식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동안 양 선수들은 3개조로 섞여 나뉘어 간단히 입식배구 규칙과 공을 주고받으며 어색함을 풀었다. 한 두어 번 공을 나눠 받자 웃음꽃이 여기저기서 피었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생전 처음 좌식배구를 경험하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과 앉아서 배구를 한다는 불편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배구 선수들답게 금세 적응하며 천안시청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먼저 다가갔다.

정식 경기가 시작되자 코트와 체육관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양 팀을 응원하는 소리는 커져갔고 코트 위는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기술적으로 한 수 배우고 가겠다”는 김혜영 감독은 경기 내내 일어서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다양한 전술을 지시했다. 김종민 감독도 정대영 유서연 전새얀 최은지 임명옥 하효림 등 베스트멤버를 꾸려 천안시청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게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종민 감독은 “우리가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프로라고는 하지만 이길 수가 없다. 우리 선수들은 처음 접하는데(웃음) 승패의 의미보다는 좌식배구라는 것도 있고 선수들이 좋은 의미를 깨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편안하게 벤치에 앉아 선수들이 서로 융화돼 즐기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 김천시 지역 장애인 100여명이 초청돼 경기를 응원하고 있는 모습

도로공사 선수들도 동료들이 실수연발에 웃음이 터져 서로 놀리고 가벼운 농담도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스코어가 크게 기울어지자 3세트에는 김종민 감독이 직접 윙스파이커로 나서 평소 볼 수 없었던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러나 오히려 김종민 감독의 투입은 독(?)이 되었고 결과는 예상대로 0대3 천안시청의 압승으로 끝났다. 경기가 빨리 끝난 탓에 못내 아쉬웠던 양 팀은 한 경기를 더한 뒤에 아름다운 악수로 교류를 마무리했다. 좌식배구를 처음 접했던 전새얀은 “진짜 어려운 것 같다. 일어서서 배구를 하다 앉아서 하니깐 어색하기도 하고 어려웠다. 천안시청 선수들의 실력과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도로공사 선수들이 열심히 목청껏 응원해준 초청 지역 장애인들과 기념사진은 물론 사인공과 물병을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경기 내내 경기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박선하 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구단 측에서 먼저 초청해줘 경기를 보러 왔는데, 초청해줘서 너무나 고맙고 우리 장애인분들에게도 좌식배구 선수들을 보면서 용기와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라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천안시청 선수들도 이구동성으로 “정말 재밌었고 배움의 시간이었다.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했으면 한 바람”이라며 2~3시간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선수보다 더 열정적이었던 김혜영 감독의 바람도 선수들과 같았다. 김혜영 감독은 “제 목표가 남녀 프로배구 전 구단과 한 번씩은 친선경기를 해보는 것이 소원인데 일 년에 여름, 겨울 시기적으로 한 번씩 교류를 하면 참 좋을 것 같다”며 “V리그 개막식에 이벤트성으로 참가해 좌식배구를 알리고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피력했다.

▲ 경기를 마친 뒤 양 팀 선수단과 지역 장애인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도로공사와 천안시청의 만남은 단순한 교류의 의미를 넘어선 한국 배구가 더 크고 단단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밑바탕을 그린 만남이었다. 팬들의 사랑과 지역 연고의 응원으로 유지되는 프로배구단이 지역 사회 공헌, 더 크게는 장애인과 장애인스포츠선수에 대한 인식 개선, 배구라는 공통분모에서의 입식배구와 좌식배구가 서로 공존하고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다양하고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사진=김천인터넷뉴스, 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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