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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29세 박양훈 감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국 축구는 29세 박양훈 감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 기자명 우경락 인턴기자
  • 입력 2016.02.23 18:49
  • 수정 2016.02.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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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양훈 감독 선수 시절 100경기 출전 기념식. 사진ⓒ우경락 기자

[STN스포츠=우경락 인턴기자] 한국축구에 20대 감독이 나타났다. K3리그 청주FC가 2016시즌을 앞두고 김상필 감독의 후임으로 박양훈 코치(29)를 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만 서른이 안 된 젊은 나이에 고개를 갸우뚱 하는 우려의 시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박양훈 감독은 200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청주직지FC(현 청주FC)의 창단멤버로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플레잉 코치를 거쳐 감독직에 이르기 까지 ‘원 클럽맨‘이자, 어린 나이부터 지도자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과연 한국 축구는 20대 감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젊은 나이에 감독이 되는 기회를 얻었다. 

"좋은 기회를 얻어 감사할 따름이다. 준비한 것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

-감독이 되고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물론 코치 생활을 했었고 준비를 많이 해왔지만 감독이라는 직책이 주는 책임은 무겁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성적에 대한 책임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 감독의 선택과 결정은 팀의 미래를 좌지우지 한다는 점이 항상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자로 준비를 많이 했고, 자신감이 넘친다. 잘할 자신이 없다면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선수 스카우트와 대외활동에서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사무국에서도 나이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신 것이 사실이다. 분명히 선배 지도자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서 오는 패기로 한발 더 움직이는 열정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선수단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데 선수단 장악에는 문제가 없나?

"실제로 선수단 최고참과 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밖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불편하거나 위계질서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공과 사를 분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비슷한 나이라는 점에서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다. 이는 젊은 감독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 2016 청주FC 선수단 단체사진. 사진ⓒ우경락 인턴기자

-그렇다면 나이가 더 많은 선수와 함께 갈 수 있나?

"만약 팀에 필요하다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라도 같이 갈 수 있다. 아니 가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필연적으로 더 많이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하고, 고참 선수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팀에 플러스 요소가 많을 것 이라 생각한다."

-선수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학창시절엔 어떤 선수였나?

"학창시절엔 당연히 프로팀에 가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2학년, 3학년, 4학년 때 계속 부상을 달고 살았다. 수차례 수술을 하며 걱정과 고민이 많은 시기였지만 선수라는 목표가 꺾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목표를 찾은 시기였다. 이때부터 지도자라는 진로를 선택하고 의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졸업과 동시에 청주직지FC(현 청주FC)에 창단멤버로 합류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창단된 청주직지FC(현 청주FC)에서 연락이 왔다. 이미 지도자라는 진로를 정한 상황에서 모든 선택들은 ‘지도자를 하는데 이로운 경험이 될까?’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고민 끝에 성인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하는 것이 지도자에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해 수락했다. 돌이켜 보면 옳은 선택이었다. K3 자체가 큰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성인리그에서의 경험은 지도자의 초석을 닦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팀의 막내와 고참, 게임을 뛰는 선수와 뛰지 못하는 선수의 마음과 그들이 지도자를 보는 시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선수로서의 청주에서만 6시즌을 뛰며 K3 최다 출전선수라는 기록을 남겼다. 돌이켜 보면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가?

"우선 100경기 출전이다. 주전선수는 아니었지만 몇 년을 꾸준히 뛰다 보니 경기수가 쌓여왔고 2013년에 통산 100경기 출전을 달성할 수 있었다. 상위리그에서의 기록은 아니지만 지도자 자격증과 석사 학위 같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선수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고, 창단 때부터 동고동락한 구단과 서포터즈들이 기록을 챙겨주고 기념식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최다 출전이라는 기록보다 100경기가 기억에 남는 이유다. 다음은 전국체전 은메달이다. K3 최초로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했는데 당시에 (견)희재, (최)유상이, (김)형필이 같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김상필 감독님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기에 가능한 기적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석사 논문을 준비하느라 노트북을 가져가서 밤새 논문을 쓰고 운동을 하면서 얻어낸 성취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선수로써 마지막 순간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남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박양훈 감독 선수 시절 경기 장면. 사진ⓒ우경락 인턴기자

-그렇다면, 감독 박양훈이 보기에 선수 박양훈은 몇 점짜리 선수였나?

"선수로서의 나를 평가하면 냉정하게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잘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감독 박양훈으로 선수 박양훈을 몇 점짜리라고 평하는데 그치기 보다는 안 좋은 부분을 짚고, 가르쳐 주고 싶다. 지도자는 선수를 평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발전시켜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본격적으로 준비한건 언제부터 였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예성여중의 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험과 감으로 지도를 했지만 C급 지도자 강습회를 다녀오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그 이후 매년 지도자 관련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생활체육, 경기지도자,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석사까지 다 지도자를 위한 다양한 배움의 과정이었다."

-지도자 강습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보고 주눅이 들거나 하진 않았나?

"A. B급 과정과 A급 과정 때는 지도자 연수를 받는 내내 막내였는데 안정환, 이운재, 이을용, 정경호, 박규선 같은 전 국가대표 선수들과 일선에서 지도자를 하고 있으신 까마득한 선배님들이 많으셨다. 특히 B급 과정 때 이을용 코치님과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솔직히 얼떨떨한 기분도 들었다. 고등학교 때 TV로 보던 2002월드컵의 스타가 아닌가?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주눅이 들기보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선배님들이 해주시는 좋은 이야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박양훈 감독 선수 시절 KFA TV와 인터뷰 장면. 사진ⓒ우경락 인턴기자

-지도자 강습회에서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

"지도자 연수는 축구에 대한 철학과 지도자로서의 방향을 만들고 정립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무형적인 것이 가장 큰 수확이자 나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선수를 지도하는 것은 이름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얼마나 준비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라이센스는 하나의 화룡점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 첫 시즌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정했나?

"지도자는 누구나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는 눈도 중요하기에 탑3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작년에 팀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올해도 예산이 삭감되는 등 좋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승강제의 시행으로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즌이기에 무모하더라도 도전할 것이다. 사실 선수단 구성을 놓고 보면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70%이상 선수단이 신입 선수로 구성되어 있고, 한정된 예산으로 선수의 스카우트에도 한계가 있었다. 신입 선수와 기존선수의 융합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기에 동계훈련 때부터 팀이 하나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끊임없이 미팅과 면담을 통해 상호 소통하며 좋은 마인드를 가진 선수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걱정보다 기대가 더 크다."

▲ 경기 전 미팅을 준비하는 박양훈 감독. 사진ⓒ우경락 인턴기자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무었인가?

"사실 성인무대에서 선수들의 기량적인 면이라는 것은 올라올 만큼 올라온 상태다. 기술적으로 더 가르치기 보다는 각기 다른 성향과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을 하나로 융합해서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것이 성인팀 감독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과 화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자면?

"네임벨류가 부족하거나 경력이 부족하지만 지도자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K3출신도 할 수 있다는 롤모델이 되는 것을 목표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K3수준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좋은 환경이라기엔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꿈을 향해 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있는 K3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나 또한 K3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는데 한 몫을 하고 싶다."

단순히 나이나 경력, 스펙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직접 만나본 박양훈 감독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이는 젊은 나이가 주는 패기가 아닌 철저한 준비에서 나오는 자신감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국축구와 K3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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