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진주 기자] 변수가 많은 큰 경기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가을 야구에서 감독들이 경험 많은 베테랑을 중용하는 이유다.
두산 베어스 홍성흔(38)은 선수단 최고참이다. 1999년 경희대 졸업 후 KBO리그에 데뷔했다. 프로 17년차다. 뿐만 아니라 투수, 야수 통틀어 나이도 가장 많다. 올해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태형 감독과 9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 감독의 선수 시절, 홍성흔은 그와 함께 뛴 적도 있다.
게다가 홍성흔은 팀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데뷔 3년차였던 2001년 OB(두산 전신) 우승 당시 선수로 마지막 시즌을 보낸 김 감독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홍성흔은 두산과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포스트시즌(PS)을 밥 먹듯 치렀다. 그 사이 PS 최다 출장(109경기), 최다 안타(101개), 최다 타점(42타점) 기록 보유자가 됐다. 영광의 기록들이다.
이렇듯 경험으로는 두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홍성흔이다. 비록 올 시즌 성적(타율 0.262, 7홈런, 46타점)은 기대를 한참 밑돌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의 경험을 믿었다. PS에 중용하고 있다. 홍성흔은 올 PS에도 현재까지 10경기(준PO 3경기, PO 5경기, KS 2경기)에 나섰다. 6번 지명타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성적은 실망스럽다. 정규시즌의 부진을 가을에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10경기에서 23타수 2안타(0.087) 1홈런 1타점에 그쳤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는 공격에서 오롯이 제 몫을 해내야 한다. 그러나 홍성흔은 그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
확실히 예전보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빠른 상황 대처보다는 노림수를 가져가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호쾌한 풀 스윙은 홍성흔의 트레이드마크다. 지금처럼 맞추기에 급급하면 자기 스윙을 할 수 없다. 자신감도 떨어진다.
두산은 현재 1승 1패로 삼성과 팽팽히 맞서있다. 이제 최상의 시나리오는 3~5차전을 모두 잡아 홈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것이다. 홈팬들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다는 김태형 감독과 선수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지명타자 홍성흔이 살아난다면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