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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교차’ 비에 웃은 넥센, 비에 운 한화

‘희비교차’ 비에 웃은 넥센, 비에 운 한화

  • 기자명 이원희 기자
  • 입력 2015.08.13 22:31
  • 수정 2015.08.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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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회 김하성이 3루타를 만들어냈다. 사진=뉴시스

[STN스포츠 목동=이원희 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비에 웃었고 한화 이글스는 비에 울었다.

넥센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릴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와의 경기에서 9-4로 승리했다. 넥센 선발 피어밴드가 호투하며 시즌 9승(8패)째를 올렸다. 패전투수는 한화 송은범. 시즌 7패(2승)째를 안았다.

우여곡절이 많은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50분 늦춰진 7시 20분에 시작됐다. 경기를 앞두고 쏟아진 엄청난 폭우가 이유였다. 무거운 훈련 장비가 넘어질 정도로 바람까지 거셌다. 강한 비에 우천 취소가 염려됐지만, 약 30분이 지나자 하늘은 잠잠해졌다.

비는 그쳤지만 경기장 상황은 심각했다. 목동구장의 그라운드는 물에 흠뻑 젖었고 베이스 주변은 물이 흥건히 고이기도 했다. 시설 관리자들이 약 30분 동안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지만 본래 경기 시작 시간까지 끝마치지 못했다. 조종규 경기감독관은 양 팀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기를 연기했다.

경기가 시작 돼도 문제는 마찬가지였다. 그라운드에 물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줬다. 이에 한 구단 코치진은 “선수들이 다칠 수도 있다”면서 불안한 시선을 보냈고 경기장 상태를 바라보던 한 선수도 “평소 땅볼로 처리될 타구가 안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끄러운 잔디가 결국 경기 초반부터 예상 외의 상황을 일으켰다. 1회 한화 강경학이 상대 박병호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을 미끄러트렸다. 박병호는 출루에 성공했다. 강경학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아쉬움을 삼켰다.

한화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병호를 내보낸 뒤 곧바로 다음 타자 김민성에게 스리런포를 얻어맞은 것. 한화 선발 송은범은 133km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고 김민성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홈런 비거리는 120m. 순식간에 양 팀의 점수 차도 4점으로 벌어졌다.

한화는 3회에도 장운호가 주루 실수가 추격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 3루 베이스 부근에서 넘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장운호가 상대 투수 동작에 속기도 했지만, 순간 동작을 바꾸는 과정에서 미끄러운 그라운드가 영향을 미쳤다. 결국 불운과 악재가 섞인 한화는 넥센에 승기를 넘겼다.

아쉬웠던 한화에 비해 미끄러운 그라운드에 득을 본 선수도 있다. 바로 넥센의 김하성이었다. 김하성은 4회 우중간에 떨어지는 3루타를 만들어냈다. 3루 베이스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세이프와 아웃을 오갔지만, 김하성이 재치 있게 슬라이딩을 성공시켜 살아나갔다. 미끄러운 잔디에 가속도가 붙은 김하성의 슬라이드는 확연히 빨라 보였다. 이후 김하성은 고종욱의 희생 땅볼로 홈을 밟았다.

8회에는 넥센 윤석민이 미끄러운 잔디의 영향으로 타구의 방향을 놓쳤다. 윤석민은 최진행에게 적시타를 허용. 넥센이 한화에 추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승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화와 비교한다면 충격이 적은 실점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비의 여파는 넥센을 웃게 했고 동시에 한화를 울린 셈이다.  

mellor@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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