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수원=이진주 기자] “긴장되더라, 그래서 밤에 한 숨도 못 잤다.”
‘코끼리’ 김응용 감독이 공식 은퇴했다. 김 감독은 1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15 KBO 올스타전에서 시구 후 나눔 올스타 감독으로 1이닝을 소화한 후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에서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던 김 감독은 시즌 종료 뒤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조용히 일상생활로 돌아가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런 김 감독을 후배 감독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냈다. 공식 은퇴식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후배 감독들과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배려에 매우 고마워했다. 그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덕분에 어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 야구인 출신인데 땅볼을 던지면 어쩌나 싶어 잠이 안 오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래는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의미 깊은 행사를 가지셨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 사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만날 다그치기만 했는데...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하셨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
- 일상생활로 돌아가 재충전 중이다. 여러 가지로 구상하고 있는 게 있긴 하지만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올 시즌에 야구를 보셨는지, 보셨다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 솔직히 안 봤다. 야구의 ‘야’자만 나와도 긴장이 돼서. 대신 TV를 보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합의판정을 요청하셨는데?
- 감독들한테 당했다(웃음). 올스타전은 비디오 판독이 원래 없단다. 나는 있는 줄 알고 나갔다. 옆에서 (감독들이)항의해야 된다고. 그런데 나갔더니 심판이 핀잔주더라. 그것도 모르고 나오시냐고.
시구를 하셨다. 긴장을 많이 하시는 듯 보였는데 많이 떨렸나?
- 긴장 많이 했다. 야구인 출신인데 땅볼을 던지면 어쩌나 싶어 밤에 한 숨도 못 잤다.
안 주무시면서 무슨 생각 하셨나?
- 여러 가지 생각. 주로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후배들에게)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는 ‘반갑다’ 소리만 했다.
KBO리그 최다승 감독으로서 후배 감독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으신가?
- 최다승 감독은 오래하다 보니 그리 된 것뿐이다. 진짜 자랑하고 싶은 건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다.
입으신 유니폼이 잘 어울리시는데 기회가 되면 다시 복귀하실 생각은 없나?
- 내가 유니폼을 입으면 다들 무서워해서(웃음).
비슷한 연배의 김성근 감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으신가?
-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
감독 생활하면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 역시 처음이다. 해태에서 처음 우승할 때와 삼성에서 처음 우승할 때. 삼성 감독할 때 처음으로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는데 그때 선수들이 정말 감격스러워 하더라.
프로야구 발전을 지켜보신 산 증인이신데 후학들이나 관계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 팬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하는데 요즘 보면 (선수들의)정신력이 조금 부족하다. 예전에는 경기에 사력을 다했는데...
유소년 야구에 많은 관심을 쏟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 야구해서 밥 먹고 살았다.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쓸 때는 많은데 능력이 안 돼서 돈이 별로 없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가 궁금하다.
- 투수는 선동열 선수가 역시 최고인 것 같다. 타자로서 삼박자(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는 이종범 선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