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 상암=이상완 기자] 차두리(35, FC서울)가 떠나는 날. 하늘과 팬, 그리고 차두리까지 모두 울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평가전은 그 이상의 평가전이었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였던 차두리의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였기 때문이다. 차두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장해 전반 42분까지 뛰었다. 늘 그의 몫처럼 마지막 부스터도 강력했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의 측면 공격을 완벽 봉쇄했다. 미리 예측하고 한발 먼저 뛰었다. 직접 공을 잡고 공격에도 가담했다. 전반 27분에는 오른쪽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는 등 공격에도 적극적이었다. 실수하는 후배들을 뒤에서 독려하기도 했다. 차두리가 교체될 시간이 다가오자 비는 굵어졌다.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도 커졌다.
전반 42분이 되자 차두리는 주장 완장을 기성용에게 넘겼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온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과 코칭스태프, 팀 동료들과 포옹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차두리의 공식 국가대표 은퇴식이 거행됐다.
대표팀 선수단이 양측 도열한 가운데 차두리가 입장했다. 이어 헌정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전해졌다. 영상이 끝나자 차두리는 눈물을 흘렸다. 공로패와 골든슈, 기념액자 등을 전달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이 등장했다. 차두리는 아버지 품에 안겨 북받치듯 오열했다. 차두리의 우는 모습을 보고 팬들도 같이 울었다. 하늘의 빗방울도 굵어졌다.
차두리는 "매우 감사하다. 저는 분명 제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항상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할려고 애썼다. 그것을 알아주신 것 같아 행복하게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후배들에게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잘할 때는 박수 쳐주고 못할 때에도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차두리는 "행복한 선수로 은퇴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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