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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岩(청암)’의 숲 -3

‘淸岩(청암)’의 숲 -3

  • 기자명 이승호 기자
  • 입력 2022.11.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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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홍(올드 포레스트)

내 고향마을 곰실 70×137cm, 1990년대
내 고향마을 곰실 70×137cm, 1990년대

 

청암 한상봉 선생님은 1942년 경상북도 울진군 기성면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셨다. 11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강 옆의 큰 바위와 적송을 그리곤 했다. 그런 그의 재능을 알아본 부모님은 여의치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성초등학교(30회)를 졸업하고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이주하여 수학하게 하였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선생님은 “제가 동구 밖까지 걸어가도록 뒤를 돌아보면, 손을 흔들고 서 계시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라며, 어린 나이에 일찍 부모님과 헤어져 지내야 했던 그리운 감정을 어제의 일처럼 간직하고 계신 듯 보였다. 어린 나이에 서울에서 부모님 없이 지내는 일은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형편이 여의치 않아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용돈을 벌어서 써야만 하셨다고 하니, 그 시절은 선생님께 분명 고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그 용돈벌이가 꽤 쏠쏠했고, 타향에서의 생활에도 점차 익숙해져 갔다.

청년 시절의 선생님은 무예에도 관심이 많으셨다고 한다. 태권도는 급수를 절차대로 땄다면 9단은 되었을 거라고 하시며 아쉬운 마음을 내보이기도 하셨다. 군에 입대하여 미군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일도 하셨고, 유명한 스승님 아래에서 공수도를 오랜 시간 배우셨다고 한다. 당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스승님과 함께 출연하여, 손의 기력만으로 멀리 있는 촛불을 끄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셨던 일화도 말씀해 주셨다.

작품을 접할 때 ‘맑은 정신에서만이 자연과 무언의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선생님은 새벽의 정기와 함께 작품을 구상하시는데, 매일 아침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세 시간 동안 화필을 잡고, 8시에는 집 근처 도봉산을 산행하는 일상을 매일 반복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으실 정도로 시력이 나빠져 작품 활동을 하실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창 활동하시던 시절의 그림을 보시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설명하실 때 선생님은 “붓끝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몸의 신경을 손끝으로 집중해서 한 획 한 획을 그려나가야 합니다”라고 하셨다.

산과 꽃 68×66cm, 1970년대
산과 꽃 68×66cm, 1970년대

 

‘곰 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서론에 보면 동양화에 대한 내용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동양화는 도교적 태도와 사상의 영향을 받는다. 예술가의 정신과 외부세계와의 직접적인 만남의 소산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묘사한 장소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동양 회화에서는 나름의 명상과 정신집중이라는 색다른 방법을 통해서 예술을 익혔다. 자연의 연구 대신 대가의 작품을 탐구함으로써 ‘소나무, ’바위‘, ’구름‘등을 그리는 법을 터득했다. 동양의 예술가들은 이러한 기법을 완전히 터득한 뒤에야 비로소 여행길에 올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사색하고 그것을 깊이 마음에 새겨 집으로 돌아와 마치 시인이 산책하다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를 맞추어 시를 짓듯이,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분위기를 화면에 재현해 냈다.

’청암‘선생님의 작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고향의 자연은 선생님의 마음 깊숙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가 마침내 기를 담은 손끝에서 붓으로 흘러 그렇게 종이 위로 옮겨진 것 이리라.

다만 ‘청암’선생님의 경우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83년까지는 주로 실경산수를 그리시다가 이후 관념 산수에 애착을 느끼시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선, 점 중심의 그림에

면을 이용하여 반추상적인 산수화로 변화하게 되었다. 수정을 할 수도 없고 번짐 현상이 심한 동양화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색을 투입하여, 구름이나 파도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입체감을 표현 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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