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이승호 기자 =역시 중국은 중국이었다. 탁구 최강인 중국은 자신들의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도 변함없이 남녀부를 모두 석권했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열흘간 중국 청두 하이테크놀로지 존 스포츠센터에서 치러진 2022 세계단체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는 결국 남녀 모두 중국이 우승하면서 막을 내렸다. 세계 최강 중국의 탁구스타들은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남자는 이번 대회에서 무려 10연패의 역사를 만들었다. 남녀를 통틀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역사상 전무한 기록이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는 판젠동, 마롱, 왕추친이 차례로 나와 한국을 4강에서 이기고 올라온 독일을 어렵지 않게 요리했다. 10연패의 역사를 달성하는 순간치고는 너무 간단한 승부였다.
중국은 결승보다는 4강전에서 위기를 맞을 뻔했다. 일본과 풀-매치접전을 벌였다. 판젠동과 왕추친이 하리모토 토모카즈에게 패했다. 노장 마롱이 3매치를 지키고, 판젠동과 왕추친이 첫 매치와 마지막 매치를 잡아 이기긴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한 일전이었다. 중국이 준결승 외 모든 경기에서 단 한 매치도 내주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일본이 얼마나 선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향후 중국의 11연패를 막아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적수가 일본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기록적 측면에서 ‘유일한’ 라이벌인 중국 여자팀은 이번 대회에서 5연패를 달성했다. 남자보다 더 강력한 이미지를 이어온 만큼 더 빨리 10연패 이상을 달성했을 것 같지만 중국 여자대표팀의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은 ‘8’이다. 33회부터 40회까지, 42회부터 49회까지 두 차례 8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여자 역시 중국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적수는 일본이다. 하야타 히나, 이토 미마가 세계랭킹 5, 6위에 랭크돼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대회 결승에 에이스 하야타 히나를 내지 않았다. 대신 나가사키 미유(20세), 키하라 미유우(18세) 등 아직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했다. 이토 미마(21세)가 후배(?)들을 이끌었다. 이들은 한국과의 16강전에서도 나이답지 않은 위력을 과시했던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자가 3위에 오르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주세혁 감독이 이끈 한국남자팀은 예선리그 전승으로 8강에 직행한 뒤 폴란드와 홍콩을 연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마지막 승부에서 사실상 ‘2진’이 출전한 독일에 풀-매치접전 끝에 패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3회 연속 4강을 달성하며 도약의 토대를 다졌다. 장우진(국군체육부대·27)을 중심으로 조승민(24), 안재현(23), 조대성(20, 이상 삼성생명), 황민하(미래에셋증권·23) 등 세대교체를 이룬 대표팀이 비중 있는 대회에서 첫 번째 성과를 낸 것은 작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내년 아시안게임, 후년 올림픽과 부산세계선수권대회 등 이어질 메이저 이벤트들에 대한 기대감도 유지했다.
반면 여자대표팀은 4강권 밖으로 다시 밀려났다. 4강은 고사하고 16강전에서 탈락하며 8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룹예선에서 룩셈부르크와 싱가포르에 밀려 3위로 본선에 턱걸이했고, 토너먼트에서는 첫 경기에서 일본을 만나 일정을 접었다.
한편 10일간 이어진 이번 대회는 이전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다는 것도 한 번 더 덧붙여둘 만하다. 이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은 ‘희망하는 모든 가맹국이 출전한 뒤 수준에 따른 디비전을 구분하여 같은 기간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던 디비전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부터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획득한 나라만 초청해 단일 카테고리로 경기를 벌이는 ‘파이널스’로 변화했다.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변수로 이번 대회는 남자 32개국, 여자 28개국이 출전했지만 정상적이었다면 ‘파이널스’는 남녀 각 40개국이 정원이다. 2024년에는 아마도 40개국이 채워질 것이다. 2024년 세계단체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는 바로 우리 안방인 부산에서 열린다.
STN스포츠=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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