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박재호 기자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청자가 전 세계 1억 400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적 열풍이 근 한 달간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 매력 중 하나는 이정재·박해수 같은 주인공 외에 여러 조연·단역들이 함께 극을 이끌며 완벽한 작품 앙상블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유튜브·인터넷에서는 ‘오징어 게임’ 속 숨은 배우 찾기 콘텐츠가 늘어나는 등 ‘짧고 굵게’ 열연했던 인물들을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중 ‘17번’ 유리공을 연기한 배우 이상희도 시청자 뇌리에 강하게 박힌 ‘오징어 게임’ 캐릭터 중 한 명이다. 그는 ‘유리 다리 건너기’에서 게임 성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신스틸러로 등장한다.
익숙하고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이미지. 분명 낯은 익지만 이름은 선뜻 안 떠오르는 배우. 하지만 영화 ‘추격자, 차우, 1987,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등 20여 편에 출연한 연기 42년 차 ‘관록의 배우’다. 독립 영화를 포함하면 60여 편을 훌쩍 넘는다.
최근 STN스포츠는 이상희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①에 이어)
이상희는 ‘오징어 게임’ 시나리오를 쓰고 10여 년이 지나서야 작품을 내놓은 황동혁 감독에 대한 깊은 고마움도 드러냈다.
“황 감독님은 제가 영화를 처음 할 수 있게 해준 분이다. 2006년 씨네라인2 영화사에서 ‘마이파더’ 제작을 했는데 오디션을 봤고 영화에 처음 출연했다. 10년 전 힘들 때 쓰셨던 작품이라 ‘잘돼야 하는데’란 생각이 늘 있었는데 기쁘다”
황 감독이 자신에게 ‘유리공’ 역할을 준 것에 대해 “감독님이 ‘이상희가 어떻게 할 것이다’란 계산이 있으셨던 것 같다. 영화는 감독 예술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연기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정확히 끄집어내는 조련사다”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은 주연 외에도 여러 조연·단역들이 활약이 돋보인 작품이다. 단역들의 강렬한 캐릭터와 감초 같은 연기력이 작품성을 높였다는 평이다.
이상희도 이에 동의했다. “주연부터 단역까지 모든 배우가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다 똑같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촬영장에서 실제 게임에 뛰어든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처럼 했다. 그렇게 연기에 집중했다”
이상희는 여러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건물 경비원, 관리인, 복권방주인, 낚시가게 아저씨 등 소박한 역을 주로 연기했다. 그의 얼굴이 더욱 정겨운 이유다. 배우로서 욕심내고 싶은 비중 있는 역할이 있냐고 묻자 본인은 천상 조연 그릇임을 강조하며 그만의 ‘조연론’을 이야기했다.
“주연은 기회가 온다 해도 안 한다고 했다. 나는 주연감이 아니다. 조연의 조는 ’도울 조‘다. 난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이게 익숙하다. 조연은 주연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잘 도와줘야 한다. 너무 튀어도 불편하고 못 해도 불편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찰랑찰랑하게 연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상희는 ’옆집 아저씨 같은 친숙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내 모습은, 오고 가며 보는 동네 사람 같았으면 좋겠다. 옆집 아저씨, 동네 형이라 만만하게 불러내서 술 한잔 하고 신세타령 들어줄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STN스포츠=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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