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pick] 메달보다 빛난 도전...난민팀 6명 선수가 전한 희망의 메시지
[패럴림pick] 메달보다 빛난 도전...난민팀 6명 선수가 전한 희망의 메시지
  • 박재호 기자
  • 승인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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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장애인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아프가니스탄의 장애인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패럴림픽에는 영웅들이 출전한다. 세상의 편견과 자신의 한계에 끊임없이 맞서 싸우는 이들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열악한 환경을 딛고 '꿈의 무대'에 오른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가 빛났다.

아프가니스탄의 장애인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장애인 남자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6)는 가장 극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도쿄 패럴림픽 개막 일주일 전인 지난달 17일, 아프가니스탄 대표팀은 대회 참가를 포기해야 했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으로 공항이 마비되면서 쿠다다디와 라소울리는 수도 카불을 벗어날 수 없었고, 대회가 막을 연 24일까지 도쿄에 입성하지 못했다.

쿠다다디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에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청한다.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간청했으나 여전히 출전은 불투명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국기는 개회식장에서 펄럭였다. 선수단 입장 행사에서 비록 선수는 없지만 자원봉사자가 아프가니스탄의 국기를 들고 입장하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그로부터 4일 뒤, 쿠다다디와 라소울리는 극적으로 도쿄 땅을 밟았다. 호주 등 여러 정부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스포츠 및 인권 단체들을 비롯해 조정원 총재가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도 이들의 탈출과 대회 출전을 위해 힘을 모았다. 국제 사회의 도움으로 마침내 도쿄에 도착한 두 선수는 고대하던 '꿈의 무대'에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라소울리는 육상 100m가 주 종목이지만, 해당 종목 일정이 이미 끝난 탓에 지난달 31일 남자 멀리뛰기(T47)에 출전했다. 결선에서는 13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쿠다다디는 이달 2일 첫 경기인 태권도 여자 49㎏급(스포츠등급 K44) 16강전에서 패한 데 이어 패자부활 8강에서도 져 9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메달이나 순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두 선수는 출전만으로도 큰 울림을 전했다.

이번 도쿄 대회에는 파르페 하키지마나(태권도·부룬디), 이브라힘 알 후세인(수영), 알리아 이사(곤봉던지기), 아나스 알 칼리파(카누·이상 시리아), 아바스 카리미(수영·아프가니스탄), 샤흐라드 니사이푸르(이란·원반던지기) 등 6명의 난민 대표팀 선수도 출전했다.
 
이사는 패럴림픽 최초의 여성 난민 대표 선수로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의 장애인 여성과 여성 난민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고, 하키지마나는 난민 대표팀의 첫 패럴림픽 태권도 선수로 힘찬 발차기를 날렸다.

하키지마나는 8살이던 1996년 반군의 공격으로 어머니를 잃었고, 자신은 총상을 입어 왼쪽 팔에 장애를 갖게 됐다.

그를 다시 일으킨 건 태권도였다. 16살 때 재활 목적으로 태권도를 접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2015년 부룬디를 탈출해 르완다 난민 캠프에 둥지를 틀었는데, 그 곳에서도 난민들을 모아 태권도를 가르쳐 왔다.

태권도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그는 패럴림픽 무대에 서서 희망의 메시지를 더 멀리 전파했다.

대한민국 국기(國技)인 태권도는 이번 도쿄 대회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됐는데, 경기 중 감동적인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한국 최초'의 패럴림픽 태권도 국가대표이자 메달리스트인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3일 남자 75㎏급(스포츠등급 K44)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난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와 진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16강에서 주정훈을 꺾었던 이살디비로프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리턴 매치'를 펼쳤는데, 이번에는 주정훈이 그를 꺾고 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가 끝나자 주정훈은 상대를 포옹하며 우정을 나눴고, 이살디비로프는 믹스트존에서 주정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챔피언!"이라고 외쳤다. 두 사람의 스포츠맨십이 돋보였다.

또 비장애인 선수 시절 이루지 못한 올림픽 출전의 꿈을 패럴림픽에서 이룬 선수도 있다. 태권도 여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딴 리사 게싱(43·덴마크)이다.

덴마크의 비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로 뛰다 2004년 은퇴한 게싱은 베이징 올림픽을 1년 앞둔 2007년 골수암 판정을 받았고, 2012년 종양이 자라던 왼 손목을 절단해야 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예선을 마지막으로 올림픽과는 연이 끊겼다.

절망했던 게싱은 장애인태권도를 통해 일어섰다. 다시 국가대표로 뛰게 된 게싱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팔이 없는 탁구선수 이브라힘 하마드투(48·이집트)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0살 때 기차 사고로 두 팔을 잃은 하마드투는 입으로 탁구채를 문 채 경기한다. 오른발로 서브를 넣는다.

첫 패럴럼픽이던 리우 대회에서 단식(스포츠등급 TT6) 2경기와 단체전 1경기에 나서 모두 패한 그는 "인생에 포기란 없다"는 좌우명대로 다시 탁구채를 입에 물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도쿄에서도 한국 박홍규와 맞붙은 단식 1회전을 포함해 모든 경기에서 패했지만, 도전은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STN스포츠=박재호 기자

sports@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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