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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만년 유망주 벗고 '기록+국가대표' 포텐 터진 유정미

[릴레이&] 만년 유망주 벗고 '기록+국가대표' 포텐 터진 유정미

  • 기자명 이상완 기자
  • 입력 2021.06.27 17:07
  • 수정 2021.06.2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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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7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부 멀리뛰기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유정미.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
26일 제7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부 멀리뛰기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유정미.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

 

[STN스포츠(정선)=이상완 기자]

"국가대표에 대한 꿈은 크게 없었어요. 막상 발탁되고 훈련도 해보니깐 아시안게임 메달이 간절해지네요."

27일 오후 제7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부 400m 계주 결승을 앞둔 정선종합경기장. 안동시청(유정미 김다정 김소연 송유진) 선수들의 표정과 몸짓에는 여유가 넘쳤다. 시종일관 유쾌한 팀 분위기는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으나 실격처리 되면서 3개 대회 연속 정상은 아쉽게 놓쳤다. 그럼에도 팀 중심에는 2번 주자로 나서 역전의 디딤돌 역할을 한 유정미(27)가 있다. 100m, 200m 등 단거리가 주 종목인 팀원과는 달리 유일하게 멀리뛰기, 세단뛰기 등 도약종목에 집중하고 있는 유정미는 국내 실업팀 대다수가 얕은 선수층으로 인해 계주팀을 꾸리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그의 존재는 큰 자산이다. "다 멀리뛰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계주에) 임하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성격의 유정미는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주 종목인 멀리뛰기에서는 6m37을 기록해 종전(6m21) 개인최고기록(PB)을 경신하는 등 육상계로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철봉을 친구로 뒀던 소녀

유정미는 어린 시절부터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동네 한 바퀴를 뛰고 온종일 철봉에 매달려 있을 정도로 매우 활동적이었다. 그의 부모도 또래와 다른 운동신경에 '체조를 시켜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남달랐다고 한다. 타고난 운동선수 기질을 가진 유정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인천 병방초등학교 3학년 때, 학급 대표로 달리기 시합에 나섰다가 가능성에 눈에 띄어 우연히 입문했다. "제가 워낙 뛰는 걸 좋아했어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죠. (웃음) 그래서인지 부모님께 육상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셔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죠."

당시 지도자는 호리호리한 몸에 발목 힘이 좋았던 유정미에게 멀리뛰기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유정미도 달리기가 접목된 도약종목에 매료됐다. 운동을 즐기면서 한 탓에 기록도 늘 상위권이었다. 중학교 때 기본기에 충실했던 유정미는 고교 진학 후 고속성장했다. 고교 3학년 시절에는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1등 자리를 놓지 않았다. 육상 명문 인천 가좌여중, 인천체육고등학교를 거친 그는 촉망받는 기대주로 인천시청(실업)에 입단했다.

여자 멀리뛰기 유정미는
여자 멀리뛰기 유정미는 "정순옥 언니 이후로 아시안게임 메달을 꼭 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정미가 힘차게 도약하는 모습이다.

 

◇부상→재활 반복 그리고 슬럼프에 또 부상

탄탄대로 질주할 것만 같았던 그에게 문제는 뜻하지 않게 일찍 찾아왔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교 때부터 발목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에 실업 대회에 출전했다가 더 크게 다쳐서 1년간 수술과 재활을 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왔죠. 고민 끝에 복귀해서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하자'라는 생각으로 재도전했죠."

유정미는 한창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에 긴 재활을 하면서 은퇴까지 생각했다가 현재 소속팀 서창환 감독(안동시청)을 만나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서 감독은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다. "정미는 고교랭킹 1위로 졸업했을 만큼 기대주로 유명했어요. 제가 봤을 때 다시 시작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었죠. 우리 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같이 해보자'라고 했죠." 유정미는 서 감독이 내민 손길에 고향 인천을 떠나 안동으로 짐을 옮겼다. 평생 만년 유망주로 머무를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때가 2017년도였다. 

이적 후 팀 특성에 맞는 단거리 훈련과 계주 주자로 활약하던 유정미는 다시 한번 선수 생활 갈림길에 서게 된다. "주 종목을 더 잘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멀리뛰기보다는 단거리 훈련을 주로 했어요. 단거리가 70% 정도라면 도약은 30% 정도였죠. 제가 도약종목에 집중하면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선생님께서 염려하셨던 것 같아요." 주 종목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정미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자, 서 감독도 흔쾌히 승낙했다. 도약종목 집중훈련의 성과가 기록으로 나올 시기에 이번에는 욕심이 화근이 됐다. 세단뛰기와 병행하던 중에 부상이 재발한 것이다.

결국 2019년 한 해도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야 했다. "재작년부터 성적은 나왔는데 부상이 있어서 시합을 거의 뛰지 못했어요. 세단뛰기도 해보고 싶어 했는데 발목만 더 나빠졌죠. 할 수 있는데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아쉬웠어요."

◇만년 유망주 벗어나기 위한 인고와 결실

유정미는 몇 번의 시련을 거치면서 몸과 마음은 더욱더 단단해졌다. 독한 마음으로 훈련에 매진했고 성적은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지난해 출전한 모든 공식 대회에서 정상 독식은 물론이고 작년 7월 제49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에서는 개인최고기록(PB)을 6m18로 늘리기도 했다. 기술적인 부분 향상과 자신감을 얻은 올해에는 개인최고기록을 6m37까지 늘리면서 아시아권 경쟁력도 입증해 보였다. "'잃을 게 없는 선수'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뛰었죠. (웃음) 스피드는 좋아졌는데 리듬을 찾지 못해 스스로 헷갈렸던 부분도 올해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한 단계씩 여러 악조건을 극복한 유정미는 처음으로 국가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나는 꼭 국가대표가 될 거야' 하면서 운동을 한 적은 없어요. 하하하. 팀에서는 언니들이 많아 막내급인데, (국가대표 훈련) 거기는 다 어린 선수들이라 주장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어색하기는 한데,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이 착해서 즐겁게 훈련을 하고 있죠." 유정미의 최대 강점은 신체조건. 키 173cm에서 나오는 탄력과 유연함, 스피드가 좋고 체중 관리를 따로 하지 않을 정도의 타고난 체질도 장점이다. 더해 낙천적인 성격 탓에 심리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이란다.

안동시청 단체. 유정미(첫 번째 줄 맨 우측)가 팀 동료들과 단체 사진 촬영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안동시청 단체. 유정미(첫 번째 줄 맨 우측)가 팀 동료들과 단체 사진 촬영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제는 육상계가 주목…아시안게임 메달 향해

유정미의 최우선 목표는 내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과 메달 획득. 한국 육상 여자 도약종목(멀리뛰기) 최초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한국 신기록(6m76) 보유자 정순옥(38)의 뒤를 잇겠다는 각오다. 현재까지 아시아권 내에서 기록 격차는 있지만 올해 안에 6m40~50대에 진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아시아권 여자 멀리뛰기는 중국이 강세로, 6m60 이상이 메달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스피드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구름판에 살짝 발끝이 걸리기는 하는데 6m50 이상은 뛴다. 하계에 체력 등 보강훈련을 하면 하반기에는 목표 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 같다. 연맹에서도 관심을 많이 주시네요." 서 감독의 말대로 늦게나마 꽃을 피우기 시작한 유정미는 "힘 닳는 데까지 해볼 거에요. 인천시청에서 같이 운동을 할 때 (정)순옥 언니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순옥 언니 이후로 아시안게임 메달을 꼭 따겠습니다. 세계적인 기록과는 격차가 많이 크고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대등한 경기력이 목표고 대표팀에도 뽑히고 이런 자리까지 온 이상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꼭 나가고 싶어요.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나서는 걸 좋아해서요. 하하하."

사진=대한육상연맹

STN스포츠=이상완 기자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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