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토털풋볼] 오스트리아 자비처, 움직이는 천자총통
[이형주의 토털풋볼] 오스트리아 자비처, 움직이는 천자총통
  • 이형주 기자
  • 승인 2021.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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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셀 자비처
오스트리아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셀 자비처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여기 이 자리서 전술적 담론이 펼쳐진다. 

매주 유럽서 수백 개의 축구 경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전술적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경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STN스포츠가 해당 경기들을 전술적으로 분석하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이형주의 토털풋볼], 54번째 이야기: 오스트리아 자비처, 움직이는 천자총통

오스트리아 마르셀 자비처(27)는 움직이는 천자총통 그 자체였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루마니아 왈라키아지방 일포브주의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아레나 나치오날러에서 열린 유로 2020 본선 C조 매치데이1 북마케도니아와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오스트리아는 대회 첫 승을 거뒀고 북마케도니아는 대회 첫 패를 당했다. 

이번 유로서 직전 시즌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선수가 그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이 자주 펼쳐지고 있다. 매치데이1에서 북마케도니아를 3-1로 격파하는 것에 앞장섰던 자비처는 그 전형적인 예였다.

오스트리아가 이날 상대한 북마케도니아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전설 고란 판데프(제노아 CFC)를 필두로 에그지얀 알리오스키(리즈 유나이티드), 엘리프 엘마스(SSC 나폴리), 에니스 바르디(레반테 UD) 등 빅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었다. 더욱이 지난 4월 1일 열렸던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독일을 2-1로 격파했던 팀이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가 빼어난 경기력으로 물오른 북마케도니아를 제압했다. 오스트리아는 3골을 몰아치며 상대를 시종일관 압도했고 결국 승리를 낚아챘다. 그 중심은 역시나 자비처였다. 

이날 오스트리아는 다니엘 바흐만, 마르틴 힌테에거, 다비드 알라바, 알렉산다르 드라고비치, 안드레아스 울머, 마르셀 자비처, 크사버 슐라거, 콘라트 라이머, 슈테판 라이너,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 사샤 칼라이지치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선발 베스트11 중 칼라이지치말고는 스트라이커 자원이 없었기에 오스트리아가 어떤 식으로 포메이션을 구성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축구 매체 Fotmob 등은 자비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두는 3-5-1-1 포메이션을 예상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vs북마케도니아 경기의 양 팀 선발 라인업. 왼쪽 메짤라 위치의 자비처가 눈에 띈다
오스트리아vs북마케도니아 경기의 양 팀 선발 라인업. 왼쪽 메짤라 위치의 자비처가 눈에 띈다

하지만 실제로 오스트리아가 나선 포진은 달랐다. 미드필더 바움가르트너를 칼라이지치와 함께 투톱을 구성하게끔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가 예측됐던 자비처는 메짤라 역할로 내려왔다. 

그런데 메짤라 위치에서 자비처가 활약을 폭발시켰다. 물론 자비처는 소속팀 RB 라이프치히에서도 해당 위치서 뛰며 맹활약을 한 선수. 그렇지만 지난 북마케도니아전에서의 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자비처는 만능 공격형 미드필더 그 자체인 선수다. 드리블, 패스, 활동량 모두 훌륭하다. 북마케도니아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날 가장 돋보였던 것은 킥을 바탕으로 경기를 푸는 능력이었다. 

왼쪽 메짤라 위치에서 뛰게 된 자비처는 기존 역할을 무리없이 수행하는 동시에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왼쪽 측면 사이드라인 쪽으로 가 공을 받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자비처가 측면으로 돌게 되면 상대 마크맨이 이를 쫓아가는 것은 망설여진다. 자비처를 막는 이는 통상적으로 상대 중앙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그가 측면으로 따라나가면 전열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날 북마케도니아의 선수들 역시 자비처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보다 진형을 유지하며 지키는 쪽을 택했다. 

자비처가 소속팀 라이프치히에서의 활약을 이어가는 동시에 날카로운 킥도 보여주며 오스트리아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자비처가 소속팀 라이프치히에서의 활약을 이어가는 동시에 날카로운 킥도 보여주며 오스트리아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자비처는 측면에서 압박 없는 상황에서 공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의미없는 이 움직임은, 자비처로 인해 큰 의미를 갖게 됐다. 자비처가 왼쪽 측면에서 롱패스와 크로스를 뻥뻥 쏘아댔기 때문이다. 

이날 선제골도 이런 식으로 나왔다. 왼쪽 측면으로 돌아나간 자비처가 뻥 중앙으로 정확한 롱패스를 쐈다. 라이너가 이를 헤더로 밀어 넣으며 득점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성웅 이순신 장군은 판옥선에 ‘천자총통’이라는 대포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원거리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왜적의 배를 분멸했다. 

자비처의 북마케도니아전 활약은 판옥선의 천자총통을 연상시켰다
자비처의 북마케도니아전 활약은 판옥선의 천자총통을 연상시켰다

자비처의 북마케도니아전 움직임은 이를 연상시켰다. 왼쪽 측면으로 움직여 천자총통을 쏘아대는 자비처에 북아일랜드는 속수무책이었다. 선제골 장면을 포함해 수차례 이런 상황이 벌어졌고, 오스트리아는 우세 속에 승리했다. 

왜적을 무찌르는데 앞장섰던 천자총통처럼, 자비처의 킥은 경기를 뒤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매치데이 2 네덜란드전에서도 움직이는 천자총통이 불을 뿜을지 지켜봐야 한다. 

사진=뉴시스/AP, STN 스포츠 제작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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