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우에스카 미르, 개와 늑대의 시간
[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우에스카 미르, 개와 늑대의 시간
  • 이형주 기자
  • 승인 2021.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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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우에스카 스트라이커 라파 미르
SD 우에스카 스트라이커 라파 미르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라리가 담론이 펼쳐진다. 

기원전 219년 명장 한니발이 스페인의 사군툼(현 사군토)을 공략하며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시작된다. 이는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사군툼 교전의 그 순간처럼 STN스포츠가 연재물로 중요한 라리가 담론을 전한다.

-[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30번째 이야기: 우에스카 미르, 개와 늑대의 시간

SD 우에스카 스트라이커 라파 미르(23)가 개와 늑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에스카는 지난 22일(한국시간) 스페인 아라곤지방 우에스카주의 우에스카에 엘 알코라스에서 열린 2020/2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4라운드 그라나다 CF와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우에스카는 리그 3경기 만에 승리했고 그라나다는 리그 6경기 연속 승리에 실패했다. 

우에스카가 또 이겼다. 올 시즌 미첼 무뇨스 감독 체제에서 시작을 한 우에스카다. 개막 후 18경기에서 1승 9무 8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라리가 최하위로 떨어졌다. 희망이라고는 없어보이던 우에스카였다. 

최악의 상황에서 우에스카는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미첼 감독이 팀을 떠나고 지난 1월 14일 전략가 파체타 감독이 취임했다. 파체타 감독은 취임 후 6경기서 2승 1무 3패로 팀을 반등시켰다. 이 결과 우에스카는 23일 현재 강등을 피할 수 있는 17위와의 승점 차가 2점에 불과하다. 빛 한 줌 없던 팀의 상황이 한 달만에 변한 것이다. 

물론 이런 반전에는 파체타 감독의 공헌이 제일 크다. 하지만 파체타 감독의 전수를 이행하는 선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그 중에서도 스트라이커 미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미르는 지난 21라운드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시키며 팀의 리그 8경기 만의 승리이자, 파체타 감독의 첫 승을 이끈 바 있다. 

이번 그라나다전에서도 승리를 만든 것이 미르였다. 전반 43분 레프트백 하비 갈란이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미르가 환상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골문 앞에 침투했다. 슈팅 직전이었다. 당황한 디미트리 풀키에가 이를 끊으려다 자책골을 넣었다. 미르가 유도한 이 자책골이 결승골이 됐다. 

바야돌리드전이나, 그라나다전처럼 가시적인 기록도 돋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헌신도 훌륭하다. 191cm, 86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미르는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팀에 기여하고 있다. 명실상부 우에스카의 핵심이다. 

미르는 1997년 생으로 23세 밖에 되지 않은 선수다. 유스 시절부터 촉망받는 재능이었으며, 이적을 자주 하다 발렌시아 CF 유스서 정착. 그 곳에서 1군 데뷔에 성공했다. 미르는 이후 복수 클럽의 제의를 받았으나 2018년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합류했다. 이후 출전 기회를 위해 복수 클럽 임대 생활을 거치는 중이다. 우에스카가 3번째 임대 클럽이고 여기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피지컬은 성장해있었지만, 실력은 꽃피우지 못했던 미르가 우에스카서 서서히 개화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지금이 모습이 이어진다면 활짝 핀 꽃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미르의 미래 행보도 흥미로운 요소가 됐다. 미르는 올 시즌 말까지 우에스카와 임대 계약이 돼 있다. 원 소속팀인 울버햄튼과의 계약은 2022년 6월 30일까지로 1년이 조금 넘게 남았다. 

우에스카의 완전 영입 옵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열악한 재정인 그들이 미르를 영입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울버햄튼의 경우 그를 팀에 눌러앉히려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미르가 이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복잡한 상황에서 미르가 제3의 클럽을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어 표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가오는 짐승의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해질녘 시간대를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명의 드라마의 흥행으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미르의 상황도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현재 개와 늑대의 시간에 있다. 현재 자신을 키워준 팀(우에스카)에 잔류할지 늑대 군단(울버햄튼)의 일원이 될지, 제3의 팀으로 갈지 알 수 없다.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스트라이커의 미래가 미궁이다. 

사진=라리가 사무국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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