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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유럽레터] 밀월의 봄, 그리고 동런던 더비는 올까

[이형주의 유럽레터] 밀월의 봄, 그리고 동런던 더비는 올까

  • 기자명 이형주 기자
  • 입력 2021.02.20 07:19
  • 수정 2021.07.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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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 FC의 엠블럼.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런던/더 덴)
밀월 FC의 엠블럼.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런던/더 덴)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이형주의 유럽레터], 153번째 이야기: 밀월의 봄, 그리고 동런던 더비는 올까

“난 밀월 FC 팬이야!”.

지난 2017년 영국 런던의 런던 브릿지 근처에서 ‘런던 브릿지 테러’라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범죄자 3명이 승합차를 통해 무고한 시민들을 쳤다. 이어 버러 마켓 근처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있었다. 이후 범인들은 제압됐으나 그들을 포함 11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 등 복수 언론에 따르면 당시 로이 라너 씨는 범인들의 무차별적인 행위로 시민들이 다치는 일이 이어지자, “X까! 난 밀월 팬이야!”라고 외치며 그들에게 맞섰다. 라너 씨도 큰 부상을 입었지만, 범인들을 제압하는 것에 도움이 돼 한 동안 화제가 됐다. 

라너 씨의 일화는 밀월 팬들의 기질을 설명할 수 있는 일화 중 하나다. A는 B다라고 확실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많은 밀월 팬들이 용맹하고 거침이 없다. 물론 이런 기질이 잘못 발휘되면 2017년에 있었던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처럼 규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재 영국 남동쪽에 위치한 더 덴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밀월이다. 팬들이 악명 높기로 유명하며, 강성 서포터인 훌리건들은 영국 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응원가에 “아무도 우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딴 거 신경 안 써(No-one likes us, we don’t care)”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평판과 상관없이 그들의 길을 가는 클럽이다. 

밀월 FC 홈구장 더 덴 전경.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런던/더 덴)
밀월 FC 홈구장 더 덴 전경.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런던/더 덴)

다른 사람들의 평판은 신경쓰지 않는 밀월 팬들이지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듯 한 것이 사실이다. 밀월은 1885년 창단 이래 1부리그에 있던 시즌이 1988/89시즌, 1989/90시즌 단 2시즌에 불과하다. 계속 영광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뜻이 된다. 

리그 외에는 2003/04시즌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FA컵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3부던 밀월은 결승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벽에 무너졌지만, 그 다음 시즌 2부로 UEFA컵을 병행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는 2부서 승격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밀월이다. 

이런 밀월은 2021년 현재 EPL에서 활동하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최대 라이벌로 두고 있으며 흥미로운 관계를 갖고 있다. ‘훌리건스’라는 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두 클럽의 앙화는 유명하다. 

밀월은 밀월 애슬래틱, 웨스트햄은 템즈 아이론워크라는 팀명으로 태동을 했고 당시에는 두 클럽 모두 런던 동쪽 템즈강 유역에 위치해있다. 이에 양 팀의 더비는 동런던 더비 혹은 독(부두) 노동자 더비라고 일컬어 졌는데 전자는 두 팀의 위치, 후자는 두 팀의 서포터들 중 템즈강 유역 독 노동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웨스트햄은 1904년에 영국 잉글랜드 에섹스주의 일부였던 불린 그라운드로 이전했다. 1965년까지 불린 그라운드가 있던 곳은 런던이 아닌 에섹스주였기에 동런던을 벗어난 것이었다. 밀월은 1910년 사우스 런던의 뉴 크로스 지역으로 이전을 했다. 이에 양 팀의 대결은 엄밀히 말해 더 이상 동런던 더비로 불릴 수 없게 됐다. 

웨스트햄은 2016년 이래 스트렛퍼드의 런던 스타디움에 자리했고, 밀월은 1993년부터 벌몬시 지역의 더 덴에 자리하고 있다. 두 팀의 대결은 명칭 없이도 ‘웨스트햄-밀월 라이벌리’로 설명 가능한 대결이 됐지만, 그들의 대결을 동런던 더비 혹은 다커스(Docker) 더비로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밀월은 현재 라이벌과의 차이가 까마득한 상황이다. 데이빗 모예스 감독 아래서 승승장구하고 하며 유럽 대회 진출을 노리고 있는 웨스트햄과 달리 밀월은 계속해서 하부리그를 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월 FC 미드필더 말론 로미오. 사진|뉴시스/AP
밀월 FC 미드필더 말론 로미오. 사진|뉴시스/AP

직전 시즌 막판 분전하며 EPL 승격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좌절된 밀월이었고 올 시즌 역시 20일 현재 11위로 중위권에 위치해 있다. 강등은 안 당할 확률이 높지만, 승격 플레이오프권과도 승점 8점으로 결코 뒤집기 쉬운 차이가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강성의 팬들처럼, 밀월 역시 포기란 없다. 비록 손에 꼽을만한 역사는 아니지만 밀월은 그들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또 테디 셰링엄, 팀 케이힐, 데니스 와이드, 샘 앨러다이스, 토니 카스카리노 등 레전드들을 배출해온 밀월이다. 

1년전 밀월의 약진을 다룬 기사.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런던/현지 언론 이브닝 스탠다드)
1년전 밀월의 약진을 다룬 기사.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런던/현지 언론 이브닝 스탠다드)

올 시즌 역시 그들이 걸어온 발걸음처럼 밀월은 주변의 말을 신경쓰지 않고 우직하게 걸어갈 것이다. 밀월의 봄은 올까. 또 EPL에서의 동런던 더비는 실현될까. 밀월은 누가 뭐라든 일단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런던/더 덴), 뉴시스/AP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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