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Discourse] ‘24점→15점’ 주동형 축구 풀럼, 파커의 뚝심 혹은 객기
[EPL Discourse] ‘24점→15점’ 주동형 축구 풀럼, 파커의 뚝심 혹은 객기
  • 이형주 기자
  • 승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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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럼 FC는 올 시즌 주동형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윙포워드 바비 리드.
풀럼 FC는 올 시즌 주동형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윙포워드 바비 리드.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Discourse, 담론이라는 뜻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별처럼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또 그 이야기들을 통해 수많은 담론들이 펼쳐진다. STN스포츠가 EPL Discourse에서 수많은 담론들 중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정리해 연재물로 전한다. 

-[이형주의 EPL Discourse], 42번째 이야기: ‘24점→15점’ 주동형 축구 풀럼, 파커의 뚝심 혹은 객기

'현 18위(강등권)' 풀럼 FC와 스콧 파커(40) 감독의 도전은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배드 엔딩으로 끝날까.

풀럼은 오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노스웨스트잉글랜드지역 랭커셔주의 번리에 위치한 터프 무어에서 열리는 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순연 경기-이전 일정 당시 풀럼 선수단 다수 코로나19 양성 반응) 번리 FC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EPL은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발달한 리그다. 1부리그에 계속 잔류하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올 시즌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으로 입장 수익은 줄었지만, 여전히 중계 수익 등 기타 수입이 남아있다. 

때문에 EPL 잔류 전쟁은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어느 리그든 승강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지만, EPL 승강이 가장 큰 돈이 걸린 싸움이라 할 수 있고 때문에 처절하다. 매 시즌 승강 근처에 있는 클럽들이 모든 것을 다 바쳐 싸우는 이유다. 

천문학적인 돈이기에 EPL 하위권 팀들에게 잔류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때문에 EPL 하위권팀들에게는 조금 신기한 현상이 보이는데 수비 축구+롱볼 축구의 만연이다. 

간혹 전력과 다른 성적을 내는 팀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적은 구단의 투자와 비례한다. 때문에 EPL 상위권 팀들과 EPL 하위권 팀들 사이에는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스쿼드 내 선수들의 능력에 미세한 차이나마 있는 셈이다.

때문에 EPL 하위권 팀들이 수비 일변도, 롱볼 일변도의 축구를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같은 효율을 낸다고 봤을 때 상위권 팀들에게 밀리기에 수비에 무게를 두고 상대를 이후 막는다. 롱볼 한 방, 세트 플레이 한 방, 역습 한 방으로 득점하고 또 다시 우주수비를 한다. 잘 되면 승점 3점이고, 못 해도 실점하지 않으면 승점 1점을 가져간다. 

이런 EPL 하위권들의 수비 축구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내가 지도자라도 수비 축구를 택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많은 EPL의 하위권 팀들의 감독들이 이런 수비 축구로 성공을 가져왔다. 

다만 이런 수비 축구는 ‘엔터테인먼트’ 쪽으로는 큰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수비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화끈한 공격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보다는 적다. ‘엔터테인먼트’는 성적과 전혀 관계가 없지만, 또 축구란 스포츠가 이처럼 상업적으로 발전한 것은 엔터테인먼트가 동반된 것이기에 마냥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프로 축구는 팬을 위해 존재하며 이에 프로축구단은 팬들을 즐겁게 해야 하는 것이 책무다. 이에 공격 축구에 대한 칭찬과 수비 축구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제한적 스쿼드 등 어려움 속에서도 주동형 축구를 보여주고 있는 스콧 파커 풀럼 FC 감독
제한적 스쿼드 등 어려움 속에서도 주동형 축구를 보여주고 있는 스콧 파커 풀럼 FC 감독

이런 상황에서 하위권 풀럼 그리고 팀의 감독인 파커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파커 감독이 이끄는 풀럼은 17일 기준 18위로 강등권이지만, 주동형의 공격 축구를 펼친다. 올 시즌 풀럼 경기를 보면 높은 확률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축구를 하고자 한다. 상위팀이든, 하위팀이든 가리지 않고 공을 소유하려하고 공격하려한다. 또 공을 주도하려한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초반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막대한 혼란 속 3-4-3, 4-2-3-1, 4-4-2 등 다양한 포메이션 변화도 있었다. 

공격축구, 주동형 축구는 이를 팀에 녹여내기는 어렵지만, 성공만 한다면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보여준다. 수비축구, 수동형 축구와는 반대다. 파커 감독은 전자의 길을 택했다. 좋게 보면 뚝심이고, 나쁘게 보면 객기다. 

현역 시절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던 파커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풀럼을 맡은 것은 2018/19시즌 중으로 당시 풀럼은 EPL에서 강등이 확정적인 상황이었다. 

파커 감독은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공격축구, 능동형 축구를 구현하려고 애썼다. 해당 시즌 팀이 강등된 뒤 계속해서 팀을 조련하며 자신의 이상을 팀에 구축하려 노력했다. 

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직전 시즌 플레이오프 끝에 극적인 승격을 이뤄냈고, 올 시즌에도 강등권이지만 아직 잔류권과 큰 차이는 없다. 

직전 시즌 풀럼은 공격수 알렉산드로 미트로비치(모든 대회 26골)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미트로비치가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격을 ‘만들어’가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파커 감독이 구축한 시스템의 힘이며, 수비 축구, 수동형 축구라면 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단순히 피상적인 주장이 아니다. 축구 통계사이트 The xG Philosophy는 지난 9일 EPL 24라운드까지를 토대로 기대 승점을 산정해 실제 승점과 비교했다. 여기서 ‘기대 승점’이란 매 경기 슈팅 상황 등을 분석해 ‘기대 득점’과 ‘기대 실점’을 산정하고 이를 통해 매겨본 승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팀과 B팀과의 결과가 1-1로 종료됐다면, 실제 승점을 1점 씩 가져가게 된다. 그런데 같은 경기에서 기대 득점이 A팀이 2.51, B팀이 0.78이었다면 기대 승점은 A팀 3점, B팀 0점이다. 즉 요행을 제외한 실제적인 팀 전력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매체에 따르면 풀럼은 기대 승점 대비 실제 승점을 따지 못한 순위 3위(24점→15점, 9점)에 들었다. 공동 1위가 셰필드 유나이티드(22점→11점, 11점),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36점→25점, 11점)이다. 흥미롭게도 3팀이 모두 주도적 축구를 펼치는 팀이다.

지난 25라운드까지 EPL 20개 팀의 기대 승점과 실제 승점. 풀럼은 기대 실점 대비 실제 승점에서 큰 손해를 본 팀이었다. 경기력이 좋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 25라운드까지 EPL 20개 팀의 기대 승점과 실제 승점. 풀럼은 기대 실점 대비 실제 승점에서 큰 손해를 본 팀이었다. 경기력이 좋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지표가 나온 뒤 치러진 EPL 25라운드서 풀럼은 에버튼 FC를 2-0으로 완파하는 일을 만들어냈다. 신입생 조쉬 마자가 멀티골을 터트렸지만, 경기력 역시 풀럼이 앞섰다. 기록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파커 감독은 객기 혹은 뚝심을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영국 언론 BBC에 따르면 리그 12경기 만의 승리에 이전 경기와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파커 감독은 “고대하던 승리입니다. 이전 경기들과 차이는 없습니다. 오늘은 골이 들어갔고, 이전에는 (기회를 만들었음에도) 득점하지 못했을 뿐입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우리 팀이 일관된 경기력을 보였고, 좀 더 많은 승점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승패로 우리 팀이 평가될 수 있지만, 저는 다른 시각(경기력)으로 팀을 평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파커 감독은 “우리 팀은 낮은 성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그저 이기면 됩니다. 저는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알고 있고 선수들도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알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신들의 저조한 성적인 그들이 하는 축구 때문이 아닌, 불운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물론 파커 감독의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나뉠 수 있지만 기대 승점 등 많은 지표는 파커 감독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성적과 즐거움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주동형 축구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파커 감독이다. 이번 18일 열리는 번리 FC와의 순연 경기까지 잡으면서 자신과 팀의 철학이 옳은 것임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사진=뉴시스/AP, The xG Philosophy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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