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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맨체스터 피카델리] 가난했던 팬 이갈로, 당신이 맨유를 바꿔놨다

[이형주의 맨체스터 피카델리] 가난했던 팬 이갈로, 당신이 맨유를 바꿔놨다

  • 기자명 이형주 기자
  • 입력 2021.01.27 23:59
  • 수정 2021.01.2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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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바꿔놓고 떠나는 오디온 이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바꿔놓고 떠나는 오디온 이갈로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화제의 소식이 여기에 있다. 

영국의 대도시 맨체스터. 요크셔 가문과 함께 영국을 두고 자웅을 겨뤘던 랭커셔 가문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이런 맨체스터에는 맨체스터 피카델리 스테이션(Manchester Piccadilly Station)라 불리는 맨체스터 피카델리 역이 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기차는 물론, 맨체스터 곳곳을 다니는 트램이 지나는 곳. 피카델리 역에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STN스포츠가 맨유 관련 화제를 놓치지 않고 연재물로 전한다.

맨체스터 피카델리 역 앞 '실명 위의 승리' 동상
맨체스터 피카델리 역 앞 '실명 위의 승리' 동상

-[이형주의 맨체스터 피카델리], 13번째 이야기: 가난했던 팬 이갈로, 당신이 맨유를 바꿔놨다

스트라이커 오디온 이갈로(31)가 팀을 바꿔놓고 떠난다.

지난 2020년 3월 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 시티와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서 맞붙었다. 당시 이갈로는 1-0으로 앞서던 후반 44분 교체 투입됐다.

이갈로는 교체 투입 6분 만인 후반 50분 주앙 칸셀루를 등진 상태에서 넘어지면서도 프레드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는 이후 에데르송 모라에스 골키퍼의 실수에 이은 스콧 맥토미니의 득점으로 연결된다. 넘어지고 깨져도 팀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는 선수. 이갈로는 그런 선수였다. 

이갈로의 헌신에 감사함을 표한 맨유
이갈로의 헌신에 감사함을 표한 맨유

이갈로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그의 성장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지리아 수도 부근의 라고스 출신인 이갈로는 어린 시절 매우 가난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이갈로에게 유일한 삶의 위안이 있다면, 바로 맨유를 응원하는 것이었다.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에 TV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갈로는 자신이 먹을 점심값을 아껴 공터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보여주고 돈을 받는 곳에서 경기를 봤다. 맨유는 그에게 삶 자체였다. 이갈로는 “팀(맨유)이 지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이갈로의 뼈를 깎는 노력 속에 이갈로의 커리어는 순조롭게 풀리게 됐다. 이갈로는 포초 가문과 연관이 있는 우디네세 칼초, 그라나다 CF, 왓포드 FC서 뛰며 세계 최고의 리그 3곳에서 뛰는 행운도 갖게 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갈로는 2013년 사비를 들여 맨유 경기를 직접 보러 갈 정도로 어린 시절 동경했던 팀을 잊지 않았다. 

이갈로가 맨유 이전에 뛰었던 빅리그 3팀 중 역시나 이갈로 대표하는 팀은 왓포드다. 왓포드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맨유와 맞서 싸우기도 했다. 이갈로가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 그는 맨유 이적설이 나기도 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그 때 이갈로의 상실감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할 수도 없다. 

이갈로는 어찌됐든 그 때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가족을 부양해야 할 처지였다. 선수 생활 황혼기가 보이기 시작하자, 그는 축구적 결정이라기보다 재정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행을 택했다. 그런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운명 같은 일이 찾아오게 됐다. 2019년 1월 당시 맨유는 마커스 래시포드의 부상 이탈로 공격진의 보강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빅네임들이 움직이기 쉽지 않은 1월 이적시장 특성상 맨유는 염가의 베테랑 스트라이커를 물색했고 이갈로를 낙점했다. 

이갈로는 맨유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에이전트에게 “돈은 상관 없으니 무조건 계약을 성사시켜주세요”라고 전했다. 더불어 뜬 눈으로 몇 밤을 지새웠다. 결국 그의 염원은 이뤄졌고 맨유행이 결정됐다. 

2년 전의 맨유는 현 맨유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었으며 폴 포그바, 제시 린가드, 앙토니 마샬 등은 그저 라커룸에서 춤을 추며 팀은 안중에도 없었다. 선수들은 나뉘어 도저히 원팀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를 바꿔놓은 것은 역시나 브루누 페르난드스 이펙트였지만, 이갈로 역시 공헌했다. 당시 스페인 전지 훈련에 참여할 수 없었던 이갈로는 맨체스터 태권도장에서 몸을 만들며 드림 클럽에서 뛸 준비를 했다. 팀 훈련에 참여하게 된 이후에도 솔선수범하며 활약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갈로는 리그 첼시 FC전에서 교체로 데뷔한 이래 주로 백업 자원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LASK전을 시작으로 선발 역할도 맡게 되는데 여기서 이갈로가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선발 데뷔전이었던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LASK전 1골 1어시스트, FA컵 더비전 멀티골 등 그의 득점포에 맨유 팬들도 웃었다. 특히 LASK전 페르난드스의 어시스트를 받아 만든 득점은 예술 그 자체였다.

2019/20시즌 중 맨유 공격수들의 박스 안 터치 기록. 이갈로는 맨유에 포스트 플레이라는 새로운 옵션을 제공했다
2019/20시즌 중 맨유 공격수들의 박스 안 터치 기록. 이갈로는 맨유에 포스트 플레이라는 새로운 옵션을 제공했다

이갈로는 컵대회를 시작으로 프리미어리그서도 중용되기 시작한다. 물론 최정상급 실력은 아닐지라도, 맨유에 꼭 필요한 타깃형 스트라이커였다. 그가 몸싸움을 하며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공간을 만들어줬고 그로 인해 맨유의 득점 기회가 더 많아졌다. 

아까 언급됐지만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프레드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이후 스콧 맥토미니의 득점이 나온 장면은 그의 헌신을 응축하는 장면 중 하나다. 중국에서 망가졌을 것이라는 모두의 평가를 뒤엎고 맨유 그리고 EPL에 의미있는 존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비수들이 우글우글한 박스 안 진입을 이갈로는 즐겼다. 이를 증명하는 히트맵.
수비수들이 우글우글한 박스 안 진입을 이갈로는 즐겼다. 이를 증명하는 히트맵.

3월 이갈로는 영국 언론 BBC를 통해 "그저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계속해서 우리 팀과 함께 기쁨을 즐기고 싶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갈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각오도 다시 들려줬다. 그는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팀원들이 날 믿어주는 한,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시는 한, 팬들이 날 믿어주시는 한. 전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다른 말들을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행복감과 함께 당찬 각오를 들려주기도 했다.

또 이 시기 이갈로는 “"앤디 콜과 드와이트 요크 선수의 사진을 보며 맨유 선수가 되는 꿈을 꿨습니다"며 말했다. 

이어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님이 현역 때 입으시기도 했던 2002/03시즌 파란색 원정 유니폼 하나를 가지고 있었어요(웃음). 매일 입고 다녔지만 선수 이름이나 등번호 마킹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돈이 없었기 때문이에요"라고 전했다. 

이갈로는 "정말 맨유를 동경했습니다. TV에 나오는 맨유 경기를 보기 위해 돈을 아끼기도 했죠. 2013년이 돼서는 올드 드래포드에 방문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2016년에는 왓포드 FC 소속으로 올드 드래포드를 방문했는데 기뻤죠. 그 때도 경기장 밖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제가 지금 맨유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팬 분들께서는 응원의 메시지까지 보내주시죠. 정말 기쁩니다. 그저 대단하고 가슴 벅찬 순간인 것 같아요"라고 덧붙이며 맨유에 대한 또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입지가 좁아진 이후에도 한결같이 구단만을 생각하며 헌신한 이갈로
입지가 좁아진 이후에도 한결같이 구단만을 생각하며 헌신한 이갈로

다만 이갈로에게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19. 3월 초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던 시기에 코로나19에 따른 리그 중단으로 그 최고의 컨디션을 활용하지 못했다. 3개월 이후 리그가 재개됐지만, 최고의 상태에서 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리그 재개 이후 이갈로는 여전히 경기장 안에서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경기장 밖 멘토 역할에도 주력했다. 그는 마커스 래시포드, 메이슨 그린우드 등 젊은 공격수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다만 그 어린 공격수들이 출전 기회를 늘려가면서 이갈로의 입지는 좁아졌다. 2020년 5월에 2021년 1월까지 임대 연장에 서명했지만, 출전 기회는 여전했다. 또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에딘손 카바니가 합류하면서 그의 출전 기회는 극히 제한됐다. 하지만 불평이란 없었다. 드림 클럽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에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결국 마지막이 다가왔고 맨유는 27일 ”이갈로의 임대 계약이 만료돼 그는 상하이 선화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그의 헌신에 너무 감사하며 앞으로 그의 커리어에 행운 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라고 발표하게 됐다.

이갈로는 그보다 하루 전인 지난 26일 작별 편지를 전했다. 이갈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제 꿈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을 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맨유 셔츠를 입고 이 위대한 클럽을 대표하는 소망을 채울 수 있게 만들어주신 신께 영광을 돌립니다. 정말로 영광이었고, 저는 이 경험을 평생 아끼고 감사할 것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많은 이들이 안 된다고 할 때 저를 믿어주신 솔샤르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저를 믿어준 팀 동료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과 함께 정말 즐거웠습니다. 동료들과 함께한 훈련과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언제나 기다려졌었습니다. 저는 이제 동료들이 이번 시즌 리그와 FA컵에서 우승하기를 기원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갈로는 “세계 최고의 팬 분들이신 맨유 팬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저를 포함한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최근 만나뵙지 못해) 팬 분들을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먼 곳에서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고 팬 분들이 다시 스탠드로 오실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갈로는 마지막으로 “저는 영원히 맨유의 팬으로 남을 것입니다. 한 번 맨유 팬은 영원한 맨유 팬입니다. 맨유 구단에 정말 감사드리며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빕니다”라고 덧붙였다. 헌신이라는 말이 어울렸던 이갈로의 환상적인 마무리였다. 

이갈로가 맨유서 남긴 기록은 23경기 5골 1도움. 플레이 타임 756분(12시간 36분). 물론 기록적인 측면에서 돋보이는 기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축구계에서 기록은 중요하지만, 기록만이 중요하지는 않다. 

감동 스토리를 만들고 떠나는 오디온 이갈로
감동 스토리를 만들고 떠나는 오디온 이갈로

라커룸 동료들에게 귀감이 된 매 순간 노력하는 태도. 맨유라는 클럽이 어떤 클럽인지 상기시킨 애정. 득점과 어시스트. 공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던 나날들. 조연이라도 기꺼이 감수하며 등을 진 상태서 패스를 내주는 순간들. 그 하나하나는 맨유가 바뀌는 것에 큰 영향을 줬다. 

이갈로가 올 때 유럽 무대 진출권 획득도 불투명해 허우적대던 맨유였지만, 이제는 EPL 우승 경쟁을 다시 벌이고 있다. 아주 가난했지만 맨유가 좋았던 소년이, 청년이 돼 맨유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떠난다. 또 하나의 믿기 힘든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이갈로 당신이 맨유를 바꿔놨다. 

사진=뉴시스/AP, 이형주 기자(영국 맨체스터/피카델리 역), 영국 언론 스카이 스포츠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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