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유럽레터] 무리뉴와 포르투의 별, 그리고 꿈과 집착
[이형주의 유럽레터] 무리뉴와 포르투의 별, 그리고 꿈과 집착
  • 이형주 기자
  • 승인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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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홈구장서 팬들을 반기는 푸른 별. 이는 포르투의 UCL 우승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포르투 홈구장서 팬들을 반기는 푸른 별. 이는 포르투의 UCL 우승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이형주의 유럽레터], 148번째 이야기: 무리뉴와 포르투의 별, 그리고 꿈과 집착

포르투갈 북부에는 포르투라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가 위치해있다. 수도 리스본이 포르투갈 남쪽의 항구 역할을 했다면, 포르투는 전통적으로 포르투갈 북쪽의 항구 역할을 한 도시. 사람과 물자가 드나드는 그 곳에 FC 포르투가 위치해있다. 

포르투 중앙역에서 동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포르투의 홈구장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이 보인다. 홈구장을 향해 조금 다가가면 포르투의 상징물 중 하나인 푸른색 별이 관광객을 반긴다. 이후 스토어, 뮤지엄, 경기장 안쪽 등 어디든 갈수가 있다. 

2004년 무리뉴가 포르투서 첼시 FC로 떠났다. 이에 2020년 현재 기준 그가 포르투를 떠난 지 16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스토어 안 그가 포르투 선수들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은 그가 이 구단에 있어 어떤 존재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포르투 홈구장 곳곳에 가득한 무리뉴(좌측 두 번째)의 흔적.
포르투 홈구장 곳곳에 가득한 무리뉴(좌측 두 번째)의 흔적.

주제 무리뉴. 축구계에 몸담은 이라면 모르기가 더 힘든 사람이다. 자신의 신체가 프로선수로 성공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일찍부터 지도자 준비를 한 인물. 통역가를 거쳐 FC 포르투, 첼시 FC,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핫스퍼 등 다양한 클럽을 지휘한 인물.

무리뉴는 자신이 몸담은 클럽들의 재임 기간 동안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 소속팀인 토트넘을 제외하고는 모든 클럽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근 조금의 주춤거림은 있었지만 손만 닿으면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을 가졌다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인물이다. 유럽 축구계에 화려한 족적을 남겼고, 남기고 있고, 남길 남자가 바로 무리뉴다. 

달변가인 무리뉴에게서 나온 말들이 많지만, 그를 응축할 수 있는 단어 2개만 꼽자면 꿈 그리고 집착이다. 

지난 2010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앞두고 무리뉴는 '꿈과 집착'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UCL 결승은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인터 밀란을 이끌고 레알의 라이벌인 FC 바르셀로나를 만나게 된 무리뉴는 후에도 회자될 꿈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다. 

무리뉴는 "바르사가 결승에 오르겠다는 생각은 집착이다. 그들은 라이벌 클럽의 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 반면 우리 인테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순수한 꿈이다. 우리는 바르사를 꺾고 결승서 우승까지 거머쥔다는 순수한 꿈을 꾸고 있다. 꿈은 집착을 이긴다"라고 전한 바 있다. 

그의 예언은 실현됐다. 무리뉴의 인테르는 당대 최강이라던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사를 꺾고 결승에 올랐고, 결승서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상대를 혼쭐내준 꿈과 집착이라는 주제의 연설이었지만, 이는 무리뉴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무리뉴가 2000년 처음 지도자로 발걸음을 내딛은 뒤 꿈을 품으면 성공해왔고, 집착에 사로잡히면 실패해왔다. 

포르투갈 최고의 팀을 넘어 유럽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던 FC 포르투 시절, 엘레니오 에레라 감독 이후 빅이어 결핍에 시달리는 인터 밀란을 돕겠다는 꿈, 첼시 FC의 새 역사를 만들겠다는 꿈은 모두 이뤄졌다. 

반면 레알의 UCL 라 데시마(10번째 우승)를 이뤄내야 한다는 집착, 첼시 2기 자신의 재기를 보여주겠다던 집착, 무너진 명문을 내 능력으로 끌어올리려 했던 맨유서의 집착은 모두 쓰라린 실패로 끝났다. 

특히 맨유 경질 직전 토트넘전 0-3 패배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세 손가락을 펴보이며 "손가락 3개는 0-3 패배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내가 딴 EPL 트로피 3개를 의미하기도 한다. 존중을 보여라"라고 말했던 장면은 바르사전 대비 기자회견과 완전히 반대되는 집착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맨유서 경질 이후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무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직전 시즌은 중도 부임해 흔들리던 팀을 수습하는 단계였다면 올 시즌은 제대로 평가를 받는 시즌이다.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다. 리그에 유로파리그에 리그컵까지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컵대회서 우승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리그의 경우 승점 단 1점 차 2위다. 해리 케인, 손흥민,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등 무리뉴 하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무리뉴가 토트넘에 부임한지 꼭 1년이 됐다. 

토트넘 1주년을 넘어 중요한 일전들에 직면하게 될 무리뉴.
토트넘 1주년을 넘어 중요한 일전들에 직면하게 될 무리뉴.

하지만 동시에 이번 A매치 휴식기 이후가 무리뉴호 토트넘의 성패를 가늠할 시기라는 의견도 많다. 그 전까지는 순위표 상 낮은 팀들과의 경기가 대부분이었지만 A매치 이후에는 강팀들과 만난다. 당장 다가오는 일정이 22일 맨체스터 시티전이다. 

맨시티, 루도고레츠 라즈그라드, 첼시 FC, LASK, 아스널 FC, 로얄 앤트워프, 크리스탈 팰리스, 리버풀 FC, 레스터 시티 순으로 찾아오는 일정은 험난 그 자체다. 해당 시기 성적에 따라 무리뉴를 보는 눈이 따뜻해질 수도, 차가워질 수도 있다. 

무리뉴의 이번 토트넘에서의 도전은 순수한 꿈일까. 아니면 추악한 집착일까. 포르투에 빛나는 별을 선물했던 그 때처럼 이번에는 토트넘이라는 구단에 트로피라는 보석을 선물할까. 아니면 쓸쓸한 퇴장을 할까. 맨시티전을 시작으로 하는 빡빡한 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답이 있다. 무리뉴 역시 그 일정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이형주 기자(포르투갈 포르투/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뉴시스/AP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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